자살 시도를 했다가 119의 출동으로 목숨을 건진 친구가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심을 하고, 마침 당장의 거주지 문제로 고민하던 ‘나’는 친구의 자취방에 잠시간 머물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잠시 고민을 하던 친구는 허락은 하지만, 그곳에서 지내던 중에 어떤 ‘이상한 일’을 목격하더라도 남에게는 말하지 말고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하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는데. 친구의 집에서 편히 자고 일어난 날, ‘나’는 집 안에 온통 붉은색의 손자국과 발자국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기묘한 자국들에서 약간의 위안을 얻곤 했던 친구의 말에 따라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보니, 자국들은 미세한 선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붉고 가는 선」은 친구의 우울증의 배후에서 기묘한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화자의 체험이 괴담처럼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독특하게도 여기에서 공포의 근원이 되는 것은 ‘선’이다. 귀신인지 외계인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던 선은 일종의 자아를 지닌 지성체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던 인물들의 삶에 침투하여 빚어내는 공포감은 의외로 상당하다. 선이라는 기하학적 개념이 그려 내는 무시무시함을 직접 느껴 보시길.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