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에 나오는 연예인들 배는 군살 하나 없이 늘씬하고 예쁘기만 한데,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내 복부는 인격의 후덕함을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에는 왜 이렇게 내 복부에 간섭하는 말들이 많은지……. 복부만 툭, 튀어나온 마른비만이 건강에는 더 안 좋다는데, 저 옷은 뱃살이 없는 사람이 입어야지 더 핏이 산다는데, 하는 군소리들이 거듭해서 귓가에 닿아 온다. 건강이 목적이든, 미용이 목적이든 복부의 지방을 줄여보겠다고 한 번이라도 다당류와 술을 끊어 봤던 사람이라면, 괜히 다이어트 식품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단백질과 탄수화물, 당류의 함량을 비교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유쾌하면서도 다정한 휴머니즘 단편 소설을 소개한다.
44 사이즈, 카라가 달린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원피스를 사고 그 옷을 입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시작한 ‘나‘는 젊은 나이에 다이어트 약 때문에 요절하고 만다.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으니, 밥 먹고 싶다는 욕망이 머릿속을 점령하여 도무지 성불을 할 수 없었던 것. 게다가 죽어서도 그놈의 44 사이즈 원피스는 입을 수 없었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현실은 얼마나 서글픈지. 소설은 자꾸만 여성복이 아동복, 아니지 강아지 옷만큼이나 작아지는 현실을 규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작으면 큰 걸 입으면 되고, 안 맞으면 안 입으면 된다는 다정한 위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또 누구에게라도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거울 앞에서 뱃살을 움켜쥐며 어떻게 해야 더 예쁘게 보일지 고민하는 대신,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현실의 문제를 이겨나가자는 따뜻한 응원을 건네는 이 소설을, 곡식 익어가고 추워지는 가을 점심에 추천한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