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내가 예쁘니?” 시대를 풍미한 도시 괴담을 쫄깃하게 그린 호러

스마트폰은커녕 인터넷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카더라 통신은 대체 어떤 경로로 퍼져나갔을까? 하지만 ‘입소문’의 무서운 힘을 실감할 수 있었던, 전국 아이들의 귀갓길을 공포에 떨게 했던 괴담이 있었으니 소위 ‘입 찢어진 여자’ 이야기가 그것이다. 공원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에게 웬 마스크를 쓴 예쁜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아이에게 묻는다. “내가 예쁘니?” 마스크 위로 드러난 여자의 얼굴을 보며 아이가 “네.” 하고 대답한 순간, 그녀는 마스크를 벗고 귀까지 쫙 찢어진 입을 드러내며 “그럼 너도 나처럼 예쁘게 만들어 줄게!” 하고 외치며 가위로(혹은 칼로) 상대의 입을 찢어 버린다. “아니요.”라고 대답하면 나와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고 외치며 마찬가지로 상대를 난도질한다. 어떤 선택이라도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심지어 도망치는 것도 소용없다. 입 찢어진 여자의 100미터 주파력은 3초(6초나 9초라는 설도 있고 다양하게 묘사되지만 기본적으로 10초는 넘지 않는 것이 정설이다.)라, 설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그녀에겐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사실 일본에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일본에서는 이 도시 괴담이 거의 사회적 현상에 가까웠다. 일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혼자 다니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하교를 하라는 통신문을 돌리기도 하고, 입 찢어진 여자를 봤다는 신고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문이나 잡지, 라디오 등을 통해 이야기는 살이 붙고 확장되어 마침내 일본 전역을 넘어 한국, 중국, 대만으로까지 퍼졌다. 일본에서 출발할 당시 마스크 색상이 특정되지 않았던 이 이야기에, 한국으로 넘어오며 ‘빨간색 마스크’라는 설정이 덧입혀진다. 생각해 보면 요즘 시국에서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여자가 다가오는 게 더 공포스럽겠지만 당시 마스크를 끼는 것은, 그것도 잘 차려입은 예쁜 여자가 마스크를 끼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을 것이다. KF 마스크도 없었을 테니, 천 마스크였을 테고. 이런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보는 건 재미있지만 각설하고, 이 마스크가 빨간색이 된 이유는 상처에서 흐른 피가 마스크를 물들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90년대에 학생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이라 할 수 있는 이 도시 괴담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부활했다. 「마스크를 쓴 여자」는 괴담처럼 가해자 ‘입 찢어진 여자’의 행위에 집중하는 대신 피해자 행인 1의 입장으로 서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서 더 무서운 여자의 질문과,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달리기 속도가 쫄깃하게 그려지는 작품 「마스크를 쓴 여자」를 만나 보자. 이제는 흔해 빠진 마스크의 파도 너머로,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바리를 입은 여인의 모습을 보게 되면 괜히 흠칫하게 될지도.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