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문을 먹구름처럼 둘러싸고 쪼아대는 까마귀 떼를 상상해 보자. 영화 「새」의 한 장면처럼 시작되는 이 작품은, 맏아들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저주를 가진 한 집안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는 ‘광기’라고 할 수 있는데, 무려 350년이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경신대기근에서 그 원류를 찾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했던 기근 중 하나인 경신대기근의 기록은 실로 처참하다. 역병, 가뭄, 지진, 서리, 홍수에 벌레 떼가 창궐하고 새 떼가 하늘을 뒤덮는 등 온갖 자연재해가 한 해에 몰렸다. 조선 팔도 전역에 흉작이 들어 당시 조선 인구의 10명 중 1명이 기아로 사망할 정도로 가히 끔찍한 재난이었다. 바로 그 경신대기근의 원인이 승천하지 못하고 재앙신으로 삐뚤어져 버린 이무기였으니, 그를 달래기 위해 매 세대마다 아이 하나를 바치게 된 것이다.
형을 끔찍한 죽음으로 잃은 경험 이후 어머니와도 의절한 채 지내고 있던 주인공은 자신의 자식을 살릴 방법을 찾아 전국의 용하다는 무당이란 무당을 다 찾아다닌다. 그러다 마침내 말이 통하는 무당 하나를 찾아 비법을 전수받는데, 이때 무당과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가 재미있다. 이무기를 누를 만큼 더 큰 신들은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한 개입하지 않는다는 무당의 말에, 주인공이 내 아들을 산 채로 바치는 것이 어떻게 질서이고 조화냐 따진다. 그러자 무당은 한 세대에 아이 한 명을 바치면 5000만 목숨이 굶어 죽지 않는 것이니 인간의 윤리로 따지지 말라고 답한다. 어쨌거나 무당은 신을 이길 수는 없으나 속여 볼 방법이 있다며 권하고, 주인공은 물에 빠진 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력으로 그 방법을 실천에 옮긴다. 과연 주인공은 저주의 굴레를 끊고 자식을 살릴 수 있을까? 빠른 전개와 놀라운 흡입력으로 최후까지 긴박감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솜씨가 빛을 발하는 이 광기 어린 공포물에서 그 결과를 만나 보시기를.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