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음침하고 불온한 기운이 가득한 익명 도시 비읍시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부터 잠깐 거쳐 간 뜨내기까지 이 도시와 연결된 사람들의 오싹하고 기분 나쁜 경험담을 담아내는 독특한 괴담 시리즈 『비읍시 이야기』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비읍시 이야기』는 흔히 괴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초월적 존재나 현상에 대한 극대화된 공포를 타격하는 작품은 아니다. 무당촌이 늘어선 언덕 위의 낡은 아파트와 이와 대비되는 화려한 교회 등 다소 뒤틀린 일상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균질적인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각각의 인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비읍시라는 공간의 존재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강조함으로써, 이곳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도시 특유의 기운에 어떻게 압도당하고 영향을 받는지, 그리하여 그 불온하고 찝찝한 열패감에 어떻게 속박당하며 살아가게 되는지, 그 뭉근하고 끈적한 공포를 내밀하게 전달한다. 현실감 넘치면서도 문학적인 대화의 매력과 더불어, 단편적으로 쪼개져 있던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점차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공포를 더하는 연작 시리즈의 묘미를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