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된 사내 조직인 디지털 이노베이션 전략팀의 고과 평가 시점에 앞서 실적 달성을 위해 급조된 AI 명상 앱 베타 버전의 시연회 자리. 마음 상태에 따른 추천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콘셉트의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이너피스’는 그야말로 깎이고 깎인 예산과 실적 입증용으로 적당히 타협해 만들어진 ‘구린’ 서비스 중 하나일 따름이었다. 이런 과정을 알고 있는 실무자 박 대리는 현장에서 한껏 비웃긴 심정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시연회 자리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하게 된다. 자신만 빼고 화면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된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주문처럼 웅얼거리더니 이내 펜을 꺼내 목구멍에 꽂아 넣으며 죽음의 공격을 일삼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각종 공포적 상상력이 끝도 없이 추출되는 회사를 배경으로 한 「나만의 이너피스」는 또 하나의 독특한 오피스물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한없는 냉소이다. 이 작품은 영화 「킹스맨」의 교회 장면이 재현된 것처럼 광기 어린 난타전이 벌어졌던 주요 사건 자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끔찍한 사건을 처리하는 지옥 같은 조직 문화의 면면을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는데, 이런 면에서 어떠한 경지에 오른 작가의 태도를 (섣불리) 짐작해 보게 된다. 여러분이 누구든지 같은 문서를 23.3버전까지 업데이트해 본 자라면 이 작품의 냉소에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다양한 상상력의 오피스물을 모은 셀렉션도 있으니 함께 만나 보자.
[오늘도 출근, 우당탕 직장인 라이프! 셀렉션] https://britg.kr/novel-selection/114527/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