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실업자 100만 시대, 주인공 역시 서른셋의 ‘백조’다. 한때 교직에 머물렀던 적도 있지만 학생에게 화상을 입고 머리 가죽이 반쯤 떨어져 나왔을 때, 그 사건을 핑계라도 삼듯 학교에서 영영 도망쳐 나왔다. 그렇게 3년 동안 생업의 치열함에서 도태되어 있을 때, 지인 언니가 동업 제안을 해온다. 교원자격증이 있는 주인공을 원장으로 올릴 테니 학원을 같이 해보자는 것. 패배자라고 비난하며 억지 손길을 내민 언니와 부모의 간절함에 떠밀려, 꿈도 희망도 없어보이던 그녀의 잿빛 인생은 억지로 일상의 궤도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재기를 꿈꿨던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의도된 거짓과 참담한 비극뿐이었는데…….
「게으른 인생」은 여자의 인생에 찾아온 일련의 굵직한 사건들을 짚으며, 일관되지 못한 어떤 인간성의 면면들을 비중 있게 탐구해나가는 시선이 끈질긴 작품이다. 어쩌면 교사라는 일에 어울리지 않았던 여자, 학생을 섣불리 이해하려는 스스로의 선의를 책임지지 못했던 여자, 그럼에도 인생의 연이은 불운에 맞서 나가는 강단을 지닌 여자가 하나의 인물로 수렴한다. (하)편까지 이어지는 결말을 확인하고 나면 희망을 논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차갑게 자신을 응시할 수 있는 힘을 전제로 다시 살아나가는 주인공의 분투는 끝까지 인상적이다. 하루의 과업을 치열하게 그려내는 훌륭한 일상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