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뭐야, 남자 있잖아.” 장난처럼 시작된 내기의 결말은?

여자가 사는 집에 든 빈집털이가 성폭행 미수로 번진 사건을 두고 남녀 동기끼리 말다툼을 벌인다. 이 사소한 말싸움은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내기로 번지는데, 골자는 주인공이 일주일 동안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가능할 경우 100만 원을 준다는 것이다. 이토록 엉뚱한 내기를 받아들이는 주인공이나, 내기를 위해 친구의 집 현관문 잠금을 뜯고 CCTV를 설치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동기나 보통의 고집은 아니다 싶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내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기묘한 인기척이 집 안을 떠돌고, 낯선 이들이 집 주변을 관찰하며 맴도는 등 점차 일은 주인공의 예상을 깨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마침내 집 안 거실까지 침입한 낯선 남자가 “씨발, 남자 있잖아.”라는 말을 던지고 달아나자 주인공은 자신의 집이 안전하지 않다는 낯선 공포를 느끼게 된다.

「구조구석방원」은 밖과 안을 나누는 ‘문’이라는 상징이 부서지는 순간 더 이상 구성원을 지켜줄 수 없게 된 ‘집’이라는 공간의 변질을 실감나는 호러로 풀어냈다. 인터넷을 통해 천 리를 가는 현대판 발 없는 말의 공포, 그로 인해 벌어지는 타인에 대한 무례와 약자에 대한 조롱이 무섭도록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몰입감 높은 작품이다. 시작과 끝을 여는 문장은 예상 밖으로 평이한 “문 좀 닫아 줄래요?”라는 말인데, 글을 다 읽고 나면 이것이 이토록 무시무시한 문장이 될 수도 있는가 싶을 것이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