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 프로그램에서 데뷔해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신인 록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영재. 6000명이 들어차는 대규모 콘서트 티켓을 매진시키고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던 그 꿈의 날, 갑자기 관객들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광포하게 날뛰는 미증유의 사태가 공연장을 뒤덮는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대규모 공연이 열리던 날에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지며 좀비 사태가 발발해 일생일대의 꿈이 무참히 짓밟혀졌던 것이다. 난장판을 지나며 멤버들과도 헤어져 홀로 거리를 전전하던 영재는, 한 무리의 남자들을 만나게 된다. 무리를 이끄는 리더 창모를 중심으로 원치 않는 약탈에 동참하여 기약 없는 떠돌이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지방의 한 도시에서 온갖 비상 식량과 함께 혼자 생존해 있는 남자아이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데…….
제6회 ZA 문학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록앤롤싱어」는 멸망한 세상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찾는 감동적이고도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노래’와 ‘록커’라는 소재로 흥미롭게 풀어낸 소설이다. 몇 가지 간단한 설정만으로 인물들의 캐릭터와 갈등 상황을 조형하는 솜씨가 돋보이는데, 독자들이 쉽사리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쫀쫀하게 긴장을 유지하는 완급 조절이 인상적이다. 그저 노래를 좋아하는 ‘찐록커’들의 찬란한 우정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이 엄준한 시기에 잠시라도 시름을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