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아가, 혹시라도 절대 복사나무 근처로는 가면 안 된다.”

복사나무에 가지 말라고 어린 ‘나’에게 할머니가 경고하셨던 어느 날 밤, 나는 할머니가 무언가에게 머리를 조아린 채 ‘아이만은 절대 안 된다’고 애원하는 모습을 본다. 다음 날 할머니는 오색 옷을 차려입은 채 곧 돌아오겠다고 집을 나서지만 그날 마을에는 할머니와 여러 사람들의 줄초상이 난다. 그리고 15년 후, 대학생이 된 나는 MT를 갈 장소로 할머니가 살던 시골집을 떠올리고, 그런 내게 어머니는 ‘복사나무 근처에만 가지 말라’고 오래된 경고를 다시 한 번 남기신다. 친구들과 시골 마을로 출발하자 일기예보와 다르게 폭우가 쏟아지고, 잠깐 들린 휴게소 하늘에서 오래 전 죽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까마귀 사체가 떨어지는 등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또한 도착한 마을에는 필 때도 아닌 복사꽃이 활짝 피어 있는데…….

잔잔하지만 오싹한 고백이 묵직한 무게로 이어지는 「복사나무」는 결과를 짐작도 하지 못한 채 금기를 어기는 사람들과 할머니가 등장하는 오싹한 꿈, 무당과 굿 등 토속신앙을 기반으로 한 호러에서 기대할 법한 온갖 요소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단편이다. ‘복사나무에 가지 말라’는 충고는 반복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주인공의 주변을 돌며 알 듯 모를 듯한 충고를 남기는 기묘한 인물들의 등장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담담하게 서술되는 과거는 화자의 기억이 명확함에도 그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모호하게 이어지다 단숨에 숨겨진 진실과 맞닥뜨린다. 이야기의 공포는 칼날처럼 예리한 쪽은 아니지만 애잔하고 서글픈 결말에 잘 어울리며, 적막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는 끝까지 독자를 사로잡는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