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 장르: 판타지
  • 분량: 102매
  • 소개: 나찰(羅刹)을 사랑하는 이는 나찰이 되어 버린다. 더보기

2017년 4월 셋째 주 편집부 추천작

아련한 심상으로 맥동하는 가상의 역사물

하잠과 율루의 접경지인 옥서 땅에 의문의 괴수 ‘그것’이 출몰하기 시작한 지 십수 년. ‘그것’은 닥치는 대로 인명을 살상하고 논밭을 상하게 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었는데도, 관리들은 사태를 속수무책으로 방기할 뿐이었다. 짐승을 잡겠다며 홀로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작정 산속으로 내달렸던 열다섯 살 ‘해준’은 ‘경옥’이라는 관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를 삶의 중심에 둔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붉은.」은 유려하고 서늘한 문장으로 온갖 심상을 맥동시키는 가상의 역사물이다. 끈적한 핏물, 시큼한 곰팡내, 땀 냄새가 밴 육체의 냄새가 마구 뒤섞이고, 투명한 눈동자에 각자의 세계를 아로새기며, ‘사람은 사랑하는 것을 닮게 마련’이라는 주술 같은 속삭임을 작품 전반에 걸쳐 애잔하게 각인시킨다. 괴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지만 더 나아간 곳의 감정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증오와 그리움이 뒤섞인 삶과 인물들의 면면을 아련하고 처연하게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