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의 한 게임 회사에서 기획자로 근무하며 격무에 시달리던 김유나는 어느 날 퇴근길에 과로로 인한 사망 판정을 받는다. 점차 흐려지던 의식 너머로 소원을 들어주겠다던 신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는데, 자신이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도 잊은 채 김유나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지닌 상태로 에스테반 제국의 한 농가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렇게, 레베리카 앤더슨이라는 이름으로 현생을 다시 부여받은 구 김유나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부모의 결혼 강요에서 벗어나고자 가출해 수도로 도망친다. 도시에서 홀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취뽀’를 도전하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신문사의 인쇄소에서 조판을 하는 일자리를 겨우 구하게 되고, 현생에서도 넘쳐나는 격무에 시달리던 중 자신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근로계약서가 뭔지도 모르는 시대불문 자본가들의 유구한 착취성에 열이 뻗친 레베리카는 자신의 환생 소원이 ‘노조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음을 깨닫고, 에스테반 제국 헌정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위한 실무에 착수하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과로사로 사망한 후 기백년 전의 제국으로 회귀해 다시 태어난 여성 노동자의 좌충우돌 노조 설립기를 다룬 판타지 『그 노동자의 혁명 전략』은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혁명 로판의 탄생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제목이 좀 더 직접적인 느낌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소 진중한 느낌의 제목과는 달리 여주인공의 혁명적인 기질과 최신(?) 화법이 고스란히 옮겨진 시대적 괴리에서 발생하는 유머와 속도감 있는 전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각종 미남자들이 즐비한 도시에서 싹 틀 로맨스의 향방에도 점차 기대가 더해진다. 실제로 작가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고단함을 달래며 에버노트에 적어 내려갔다던 소설이라고 하는데, 독자로서 후속 이야기를 계속해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