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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섭리는 왜 이토록 가혹한가

여우고개의 산신령이 용하다는 말에 노부부가 소원을 빌러 찾아온다. 부디 딸 하나만 점지해 달라는 것인데, 999년 도를 닦아 온 꼬리 여덟 개의 여우 요괴가 부부의 소원을 듣게 된다. 1년만 더 기다리면 축생의 연을 끊어 인간이 될 수 있으나 부부가 가련하기도 했고 자신도 더는 기다리기 싫었던 여우는 직접 부부의 자식으로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부부의 집에 막내딸로 태어나게 된 ‘은혜’는 눈에 띄게 총명하고 예쁜 아이로 자란다. 딸을 갈망하던 부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던 삼신이 뒤늦게 어린 은혜의 앞에 나타나 그녀를 꾸짖는데,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삼신의 고전적인 대사가 앞뒤 꽉 막힌 것처럼 보일 정도로 삼신의 말에 꼬박꼬박 받아치는 은혜의 거침없는 대꾸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법도를 지키고 측은지심을 지키면 인간도 부처가 될 수 있고, 짐승도 인간이 될 수 있다.’ 비록 1000년을 채우지 못해 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나지는 못했으나, 은혜는 바로 이런 마음으로 어질게 인간으로 살아갈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인간보다 더 선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어 했던 은혜에게, 하늘의 섭리는 너무도 가혹했다. 글이 전개될수록 각각의 인물들에게 각각의 이야기가 주어지는 탓에, 이 비극을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독자들은 그저 어찌하여 하늘의 섭리란 이토록 가혹한 것인지 하늘에 물을 수밖에.

2020년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오라버니, 우리 오라버니,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렵니까

전래동화란 대체로 권선징악을 따라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그저 불벼락처럼 길가를 걸어가는 데 떨어지는 액운도 있기 마련. 그중에 「여우 누이」 설화는 더욱이나 섬뜩한 이야기로, 주인공의 잘잘못과 아무 상관없이 그저 횡액이 휘몰아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공포는 오랜만에 돌아와 보니 폐허가 되어 있는 고향집에 홀로 남은 누이가 풍기는 으스스한 존재감에서 정점에 달하는데, 특히 마지막에 아들을 쫓아가던 여우 누이가 미친 사람처럼 히히 웃으며 노래라도 부르듯 오라버니 왜 도망가시나요 묻는 장면은 다시 봐도 오싹하다.

하지만 그때 그 여우 누이의 시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건 과연 어떤 사연의 이야기가 될까? 작가는 이 괴담의 뒤편에 단순하게 존재하던 인물들에게 촘촘히 이야기를 그려 넣어 좀 더 생동감 넘치는 색을 입혔다. 전래동화 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 진실을 고한 아들이 집에서 쫓겨난 뒤에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의 그 빈 시간까지도 꼼꼼하게 채워 넣어 어째서 여우 누이가 집안을 파멸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내막을 들려준다. 요괴와 인간은 가는 길이 다르니 결국 이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하였는데, 마지막 장면의 애수가 마음에 남아 과연 누가 요괴이고 누가 인간인지 씁쓸하게 곱씹어보게 되는 글이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