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오라버니, 우리 오라버니,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렵니까

전래동화란 대체로 권선징악을 따라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그저 불벼락처럼 길가를 걸어가는 데 떨어지는 액운도 있기 마련. 그중에 「여우 누이」 설화는 더욱이나 섬뜩한 이야기로, 주인공의 잘잘못과 아무 상관없이 그저 횡액이 휘몰아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공포는 오랜만에 돌아와 보니 폐허가 되어 있는 고향집에 홀로 남은 누이가 풍기는 으스스한 존재감에서 정점에 달하는데, 특히 마지막에 아들을 쫓아가던 여우 누이가 미친 사람처럼 히히 웃으며 노래라도 부르듯 오라버니 왜 도망가시나요 묻는 장면은 다시 봐도 오싹하다.

하지만 그때 그 여우 누이의 시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건 과연 어떤 사연의 이야기가 될까? 작가는 이 괴담의 뒤편에 단순하게 존재하던 인물들에게 촘촘히 이야기를 그려 넣어 좀 더 생동감 넘치는 색을 입혔다. 전래동화 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 진실을 고한 아들이 집에서 쫓겨난 뒤에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의 그 빈 시간까지도 꼼꼼하게 채워 넣어 어째서 여우 누이가 집안을 파멸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내막을 들려준다. 요괴와 인간은 가는 길이 다르니 결국 이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하였는데, 마지막 장면의 애수가 마음에 남아 과연 누가 요괴이고 누가 인간인지 씁쓸하게 곱씹어보게 되는 글이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