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빵 굽는 소녀, 아밀. 붉은 망토를 두르고 마을 곳곳에 갓 구운 빵을 전해요. 시름에 잠긴 사람들에게 위안을 전하는 게 나의 일과. 전나무들이 빼곡한 숲과 바위, 질척한 안개를 지나야만 도착하는 마을은 요새 침울함으로 가득해요. 삼십 명 뿐인 아이들 중 여덟 명이 사라졌거든요. 그 아이들은 뼈와 한 쪽 팔, 다리, 내장은 남았지만 전신이 돌아오진 못했어요. 그리고 어제, 한 명이 더 사라졌답니다. 그러나 범인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고, 마을 사람들은 매일 밤 공포에 떨어요. 아이들은 해가 진 후 밖에 나가면 안돼요. 집집마다 곡괭이와 덫, 독을 넣은 고기를 놓아두어요. 나는 내 친구 빌, 크리스, 요한이나 셰릴과 더 이상 놀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이곳은 아주 작은 산골 마을이라 또래를 찾기는 어렵거든요. 오늘도 헤이든네 어머니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 애도 나와 동갑이었는데 이 주 전 발가락만 돌아왔어요. 헤이든은 돌멩이를 잘못 찬 후로 엄지 발톱 가운데가 오목했어요. 그의 어머니는 흠집을 확인하자마자 까무러쳤지요. 나는 어린 아이들이 줄어가는 게 아쉬워요.
나는 작은 소녀고, 배운 거라곤 맛난 빵을 굽는 일 뿐이니. 무얼 할 수 있었을까요? 다만 나는 우리 마을이 언제까지나 슬픈 건 싫었어요. 밀가루를 구할 때마다 빵을 굽기 시작했어요. 체온을 높이도록 다진 마늘을 발라 빵을 구웠어요. 나는 자주 허기가 져요. 둥글고 달콤한 빵을 여럿 빚어 오븐에 넣고, 긴 울음이 가득한 밤이 지나갈 때까지 시집을 읽었어요. 해가 밝으면 아랫집 할머니의 말동무를 해드리러 갈 거에요. 돌아오는 길엔 빌과 크리스와 요한, 셰릴, 그리고 헤이든의 집에 빵을 줄 거에요. 바구니에 소복이 담긴 고소한 빵들을 보면 기분들이 나아질지 몰라요.
아침이 되자 크림색 벽돌 집들 사이를 다니며 음식을 나누었어요. 사람들은 나를 보송보송한 뺨의 나이팅게일이라고 불렀지요. 금발을 딸기 같은 망토로 감싸고 사뿐히 다정을 전하는 작은 새라고 했어요. 든든한 빵의 냄새가 위안이 된다며 고마워했지요. 나는 노을이 질 때까지 빵을 전하느라 바빴어요. 밤이 오는 줄도 몰랐지요. 사방이 고요해지고 그림자가 짙게 변할 때까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방문한 헤이든네 어머니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어요. 벌써 밖이 어두워졌단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과 깡마른 손가락으로 빵을 받아 들고 내 등을 밀었어요.
“아밀, 어서 집에 가거라. 곧 보름달이 떠. 끔찍한 등 푸른 괴물, 그 놈이 나타날 거야. 어서 돌아가거라, 어서.”
시신들의 잔해 주변에는 유일한 증거로 푸른 털이 남았어요. 그건 짐승의 것도 아니었고 인간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지요.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사람들은 괴물의 울음소리를 들었대요. 그 때마다 아이들은 한 명씩 사라지고. 시체와 푸른 털 몇 가닥만 남았어요. 그녀가 내게 충고하는 것도 이해가 가요. 우리는 참다 못해 괴물 사냥꾼을 부른 적도 있어요. 등 푸른 괴물은 늑대인간의 변종이래요. 그걸 잡으려면 다른 괴물이 필요했어요. 도랑 세 개를 넘어야 갈 수 있는 도시에 흡혈귀들이 살아, 고대부터 천적이었던 그들에게 연락을 취했어요. 다섯 번이나. 하지만 누구도 마을에 도착하질 못했어요. 대신, 숲 속 바위에서 피 묻은 송곳니와 한 웅큼 뽑힌 머리카락들이 발견되었답니다. 그들은 괴물의 식사가 된 게 분명해요. 나는 남은 빵을 바구니에 넣고 천으로 덮었어요. 헤이든을 그리며 흐느끼는 여자의 울음을 들으며 밖을 나섰지요. 벌써 땅거미가 지고 있었어요. 마을은 비운의 그림자로 차 있었고, 나는 내일도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빵은 이미 식어버려 고소하던 이스트의 냄새조차 희미했지요. 홀로 돌아가는 길은 발이 노곤했어요. 입맛도 없었지요. 쓸쓸한 바람들이 떨구는 나뭇잎들을 헤치며 걸었어요. 몸이 으슬으슬 떨렸어요.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어 달빛을 가렸어요. 지금이 보름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지요. 나는 비틀거리면서 숲 속을 헤맸어요.
그리고 당신을 만났답니다, 나의 오만하고 아름다운 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