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루이스는 영국에서 두 번이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권위 있는 작가였다. 그는 적당히 거만하고 젠체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 까다로우면서도 재미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에게 친구라고 할 만한 것은 비슷하게 유명한 작가 볼레니르 오스터뿐이었으나, 지난겨울 큰 말다툼을 벌이고는 완전히 절연한 상태로 지냈다.
폴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마지막 책을 출간한 뒤로 5년간이나 거의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새 글을 쓰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더 좋은 글은커녕 전작을 깎아내리는 글밖에 쓰지 못할 거라는 강박관념이 그를 지배했던 것이다.
점차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리게 되어 바깥출입을 완전히 금한 채 살아가던 어느 날, 폴은 더 이상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된다는 불시의 깨달음을 얻고 주변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과감히 시골로 내려갔다.
불운했던 화가 고흐가 지냈을 법한 프랑스 남부의 어느 따뜻한 목초지가 그가 선택한 장소였다. 그곳으로 내려가니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다. 강렬한 햇빛, 노란 풀밭, 소박한 평원 등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어찌나 활기차고 동시에 시골 사람들답게 소박한지, 일생을 도시에서만 살았던 폴은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고 또 감동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틀림없이 자신의 글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줄 거라 믿었다.
실제 그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글을 몇 장 적었고, 그 초반부는 손댈 곳 하나 없이 모두 그의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하고 그는 기대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