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노래

  • 장르: 기타 | 태그: #타임리프
  • 평점×175 | 분량: 42매
  • 소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기 시간을 떠나 과거로 온 것은 나이니 이 자리에는 원래의 ‘나’가 있는 것이 응당하다. 현실을 침범당한 쪽은 저쪽의 ‘나’이고 불청객이 된 것은 이쪽... 더보기

나를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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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재수가 없는 놈이었다. 한 번도 내가 운이 좋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저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 풍족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고 머리도 그다지 좋지 않아 공부는 늘 하위권이었다. 그렇다고 잘난 얼굴을 가지지도 못했으며 남자치고는 작은 키에 안짱다리였다.

교우관계라도 좋았으면, 내 인생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친구 하나 혹은 연인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싫어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마저도 실패했다. 말마따나 인생의 실패자였다.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스물여덟 살의 나는 자주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엉망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적어도 한 번쯤은 그런 것을 바라보지 않던가. 어떻게든 과거로 다시 돌아가기만 한다면 지금 잘못되어 있는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간절히, 정말로 간절히 그것을 원했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외치듯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그 소원이 단 하나의 조건 때문에 아주 엿 같은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내 운명을 저주한다. 말했다시피 나는 너무도 재수가 없는 놈이었다.

그럼 이제, 고백하겠다. 믿기지 않을 테지만 나는 성공했다. 그렇다. 내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영화나 책에서만 보던 꿈같은 일이 갑자기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집 골목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이 옛날, 옛날 그대로의 아련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분명 익숙한 곳이지만 어딘지 그림 속의 풍경처럼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생경하게 골목을 따라 걷다가 멀리서 내 옛집을 발견했을 때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맙소사, 그 집이 저렇게도 작았던가? 내 손은, 내가 신고 있는 이 신발은 또 얼마나 작단 말인가. 게다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피부와 머리카락, 만지면 가루라도 묻어날 것 같았다. 나는 너무나도 순결하고 어린 몸을 다시 갖게 된 것이다.

마구 웃음을 터뜨리다가 문득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에게 오늘이 몇 년도냐고 물었다. 그는 이상하다는 듯이 날짜를 말해주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열두 살이었다.

열두 살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잠시 가늠해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을 만나는 즉시 그로부터 2년 후 있을 부부동반모임에 결코 가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이었다. 그 모임에서 두 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살아계신 부모님을 딱 14년 만에 다시 뵙는 것이었다. 맙소사.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품에 안겨서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린다면 틀림없이 이상한 웃음을 터뜨리실 테지. 하지만 그래도 마음껏 어리광부릴 생각이었다.

집으로 달음질쳐 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이라고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벅찬 상상들뿐이었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리라 결심했는지 모른다. 또한 얼마나 효도할 것을 맹세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리라 다짐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마침 현관문이 열렸다. 부모님이 밖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그분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이 왈칵 솟구쳤다. 엄마! 아빠! 하고 목이 터져라 부를 참이었다. 나는 입을 벌렸다.

“엄마, 아빠!”

그리고 그대로 덜컥 멈췄다.

“지금 가면 집에 언제 와?”

“이모네서 저녁 먹고 올 거니까, 밤에 오겠지.”

“안 되는데. 나 텔레비전 볼 거 있는데.”

“거기서 보면 되잖아.”

분명히 두 눈으로 보고 있으나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보다 부모님을 먼저 부른, 그 곁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저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모네 가면 강아지 있겠네? 우리도 강아지 키우자, 엄마. 응? 안 돼, 아빠?”

그건 ‘나’였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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