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속 너의 집에

  • 장르: 호러 | 태그: #하우스호러 #외숙모
  • 평점×35 | 분량: 52매
  • 소개: 깊은 숲 속 그 집에 방문한다면 절대 2층엔 가지마라. “엄마라니? 너의 엄마는 오래 전에 죽었잖아?” 더보기

깊은 숲 속 너의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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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을 달렸다. 습한 바람에 짙은 숲 냄새가 진동했다. 어딜 가도 떨쳐낼 수 없는 이 냄새에 온몸이 떨렸다. 나는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봤다. 보이는 거라고는 한없이 어둡고 그렇기에 더욱 깊어 보이는 숲이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잠시 주춤거리다가 뒤에서 들리는 기척에 다시 달렸다.

비탈길이라 속도가 빨라졌다. 성긴 수풀이 발을 붙들었다. 비명도 내지를 새 없이 앞으로 넘어졌다. 하늘이 거꾸러지고 땅이 솟았다. 검은 숲이 빙글빙글 돌더니 철컹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정지했다. 아득해지는 시야로 검은 숲과 너의 집이 보였다.

유산리로 오는 마을버스에서 내린 나는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잠시 움직였을 뿐인데 사채꾼 박씨한테 맞은 상처들이 들쑤셨다. 절로 나오는 신음을 삼키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방은 온통 숲이었다. 다시 손에 든 약도를 찬찬히 살핀다. 나무에 가려져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서성이다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 앞에 섰다. 길이라기엔 무성한 수풀이 끝을 알 수 없는 저 깊숙이까지 자리 잡았다. 그 안으로부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목을 움츠리곤 그 숲길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끈적끈적한 땀이 배어나왔다. 우거진 잡목림엔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허공에 머물던 농도 짙은 습기가 들러붙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딛는 걸음이 무거워진다. 평평한 길을 걷는데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걷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그리고 무릎까지 웃자라 다리를 붙들어 여러 번 휘청거리게 만드는 수풀들. 이 모든 것들이 이 길 너머의 집에 오지 말라는 결계 같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들이 자취를 감추었고 얼마 들지 않던 햇빛도 사그라졌다. 내게서 풍기는 피 냄새에 산 모기가 덤벼들었다. 일일이 쫓아내기에도 벅찼다. 그때 저 멀리 느티나무 사이로 불빛을 보았다. 눈을 끔벅이고 몇 걸음 더 앞으로 걸어가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어둠이 내리는 산 밑으로 웅크린 2층 주택을.

걸음이 빨라졌다. 집주위로 내 키보다 두세 뼘 높이 쳐진 울타리는 군데군데 녹이 슬었다. 그 위를 잔뜩 가시가 돋아난 덩굴이 철제를 타고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도 문은 활짝 열렸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예전엔 잔디밭이었겠지만, 지금은 수풀만이 가득한 길을 지났다.

고풍스런 집이었다. 딱 보기에도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진 2층 주택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음에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벽을 잠식한 덩굴이 2층 테라스의 난간까지 뻗쳐 올라갔고 1층 거실에서는 빛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한여름인데도 창문들이 굳게 닫혔다.

현관 앞에 서자 긴장이 되었다.

‘준호를 못 본지 얼마나 됐더라?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언제였지?’

나는 현관문을 두드렸다. 기척이 없다. 다시 두드렸다.

‘나를 기억할까?’

안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누구세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야. 나 호원이야. 외사촌 김 호원.”

“김 호원?”

“몇 달 전에 네가 보낸 외삼촌의 부고 소식을 어제 봤지 뭐야. 그래서 지금 오게 됐어.”

안에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조금씩 열리는 문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점점 드러난다. 나는 드러나는 검은 그림자를 올려다보았다. 큰 키와 다부진 몸매 그리고 어둠속에서 떠오르듯 커지는 형형한 눈빛. 외삼촌이 준호와 함께 사라지고 20년만의 해후였다.

“부고 소식?”

“반갑다. 준호야.”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