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엄습 – 1

  • 장르: 판타지 | 태그: #환상문학 #단편 #아서매컨
  • 평점×10 | 분량: 134매
  • 소개: 기이한 사건·사고를 발생시키는 광선에 대한 이야기 「공포의 엄습」은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에의 공포를 환상 소설로 풀어낸 작품이다. 더보기

공포의 엄습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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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한번 기대와 흥분 속에서 아침 뉴스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간엔 전쟁의 시작에 대한 전율이, 공포에 대한 전율이, 그리고 믿기지 않으면서도 자명해 보이는 파멸에 대한 전율이 있었다.

2년 전이라 함은 나무르가 함락되고 독일군이 프랑스의 영토로 홍수처럼 밀려가, 파리의 성벽 아주 가까이까지 달려들었을 때였다.

그러다가 그 끔찍한 무리가 물러갔다는, 파리와 세계가 한동안은 안전하다는 낭보가 전해졌을 때 우리는 환희의 전율을 느꼈다.

그런 후 며칠 동안 우리는 이와 같은, 혹은 더 나은 낭보를 기대했다. 클루크(제1차 세계대전 때 파리를 공격했던 독일 제1군 사령관)의 부대는 포위되었을까? 오늘이 아니더라도, 아마 내일쯤이면 포위될 것이다.

하지만 며칠이 몇 주가 되도록, 그 몇 주가 몇 달로 이어지도록 서부의 전선은 얼어붙어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왜 군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를 추측했다. 희망적인 사람들은 조프레(당시 프랑스군 최고 사령관)에게 계획이 있다고, 그가 ‘입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군수품이 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어떤 이들은 새로 소집된 군대가 아직 전투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지났다. 그런 후에야 꼼짝 않던 영국 전투 부대가 긴 잠에서 깨어난 듯 몸을 뒤흔들며, 무서운 기세로 진격을 시작해 적을 제압했다는 것이다.

*

왜 영국 군대가 그토록 오래 움직이지 않았는지는 비밀로 지켜졌다. 한편에선 엄격한, 때론 부조리할 정도로 엄격한, 그리고 특정 사안에 있어서는 지독하리만치 엄격했던 검열 기관이 비밀을 철통같이 관리했다. 당국은 당시 벌어지고 있던 상황의 실질적인 의미를 간파하자마자, 영국과 아일랜드의 신문사 소유주들에게 긴급한 지령을 보냈다.

지령이 경고하는 내용에 따르면 각 소유주는 그 공문 내용을 오로지 다른 한 사람, 신문의 책임 편집자에게만 알릴 수 있으며, 그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전제로 전달된 내용을 비밀에 부쳐야 했다. 그 지령은 이제까지 발생했던,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특정한 사건들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말 것을 명했다.

그리고 이 사건들에 대한 그 어떤 언급도, 이런 사건이 존재한다는 그 어떤 암시도 금했다. 그 주제로는 대화를 해서도 안 되며, 아무리 모호한 표현으로라도 편지에 언급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과는 별도로, 이 지령의 존재 자체도 엄격히 비밀에 부쳐야 한다고 했다.

자, 용의주도하고 가차없는 이 검열 기관이라는 존재는 숨기고 싶은 사실은 감쪽같이 묻어버릴 수 있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한때 사람들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검열 기관이 활동을 하든 안 하든, 아무리 쉬쉬거린다 해도 살해 사건의 진실은 분명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풍문에 의해서든 입을 통해서든 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아마 300년 전의 영국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활자화된 말만 전적으로 믿고 입을 통해 퍼진 소문은 신뢰하지 않아, 소문의 옛 기능을 쇠퇴시킨 신세대 사람들이다. 가령 존스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지 못한다면 얼마나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에 대해 듣게 될 것이며, 또 들은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얼마나 극소수만이 그걸 믿게 될지 파악해 본다면 가히 놀랄 만하다.

또 한 가지 부연하자면, 헛소문과 괴상한 이야기들도 한동안은 사실로 취급되어 널리 퍼지기 때문에 떠도는 말이라면 일단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그 은밀한 지령이 떨어지기 전에 난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명한 조종사에게 닥친 치명적인 사고’에 대한 신문 기사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것은 비행기의 프로펠러가 날아가던 비둘기 떼로 보이는 것과 충돌해 산산조각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프로펠러는 부러졌고, 몸체는 납덩이처럼 땅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곧이어 다른 이야기, 그러니까 중부 지방에서 발생했던 커다란 군수품 공장 폭발 사건의 뒤처리와 관련된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이 두 가지 상이한 사건들 간에 연결고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 전개될 이 기록을 읽어준 내 친구들은 친절하게도, 내가 쓴 몇 구절이 서부에서 전쟁이 지연된 이유를 죄다 비밀 지령을 초래하게 한 기이한 상황 탓으로 돌리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1914년 10월부터 1916년 7월까지 우리 쪽 병력이 움직이지 않았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이 등장했던 믿기지 않는 위협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 우린 병력과 군수 물자 모두에서 결손을 메우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위험은 이제 극복되었고, 아니,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젠 그 비밀을 말할 수 있으리라.

앞에서 나는 저명한 조종사가 죽은 원인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신문을 스크랩해 놓는 습관이 없으니, 날짜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할 수가 없다. 내 생각으로는 1915년 5월 말엽이나 6월 초반의 일었다. 웨스턴 레이놀즈가 죽게 된 경위는 내게 아주 기이한 것으로 여겨졌다.

나중에 발견된 산산조각난 채 피로 범벅된 프로펠러들이 증명하듯, 그는 날아가던 비둘기 떼와 충돌해 추락했다. 그 사건을 직접 목격했던 동료 장교는 웨스턴 레이놀즈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던 화창한 그날 오후에 어떻게 비행장을 이륙했는지 묘사했다. 그는 프랑스로 향하고 있었다.

“웨스터는 당장에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얼마 후엔 비행기의 몸체가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자리를 뜨려고 막 돌아섰을 때 동료들 가운데 하나가 외쳤습니다. ‘가만 보자, 저게 뭐지?’ 그가 위를 가리켰고, 우리는 남쪽에서부터 검은 구름처럼 생긴 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자마자 그게 구름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소용돌이치면서 돌진하는 게 이제까지 봐왔던 어떤 구름과도 달랐으니까요. 그것은 거대한 초승달 모양으로 변했고, 마치 뭔가를 찾는 듯 주변을 선회하더니 방향을 바꾸었지요.

소리를 질렀던 사람이 망원경을 들더니,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응시했지요. 그런 후 그것이 엄청난 새떼라고 외치더군요. ‘수천 마리는 되는 새들’이라고요.

새들은 선회하더니 하늘 높이 솟구쳤습니다. 우린 흥미롭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쳐다보았지만, 그것들 때문에 막 시야를 벗어났던 웨스터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 다음 초승달의 두 팔이 번개 치듯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더니, 금세 수천 마리의 새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후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헨리가 외쳤어요. ‘비행기가 추락한다!’

그리곤 달려가기 시작했고, 저도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우리는 차에 올라탔고, 달리는 동안 헨리는 비행기가 새떼 구름에서 빠져나오는 듯하더니 바로 추락하는 걸 봤다고 말했지요. 우리는 온통 부러진 채 피와 비둘기 깃털들로 뒤덮인 프로펠러와 그 사이에 사정없이 처박힌 새들의 시체들을 발견했지요.”

내가 취재 때문에 북쪽의 한 도시, 이름이 뭐였더라……. 아니, 차라리 모르고 넘어가는 게 나을 어떤 도시로 출장을 갔던 것은 이 조종사가 죽고 나서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후의 일이었다. 이 특별한 도시의 군수품 공장 노동자들이 방종한 생활을 한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이를 책임지고 조사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늘 그랬듯, 이곳 사람들이 해준 이야기에도 진실과 과장이 뒤섞여 있었다.

“사람들이 좀 자유분방하게 산다고 해서 놀랄 게 뭐 있습니까?” 한 노동자가 내게 말했다. “우리는 난생처음으로 돈을 쥐어봤고, 그것은 광명이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돈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도 위험에 내맡겼죠. 저쪽에서 일어난 폭발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그는 도시 외곽에 있는 공장 몇 군데를 지목해 물었다. 물론 그 공장의 이름도, 도시의 이름도 신문엔 나지 않았다. 신문에는 ‘북쪽 지역의 군수품 공장에서 폭발 사고: 사망자 대거 발생’이라는 간단한 기사만 실렸을 뿐이었다. 그 노동자는 내게 그에 대해 말해 주었고, 몇 가지 끔찍한 세부 사항도 덧붙였다.

“그들은 사람들이 동료들의 시체를 보지 못하게 막았답니다. 공장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족족 관에 넣고 못질을 해버렸다지요. 가스 때문에 그랬답디다.”

“얼굴이 까맣게 변한 채 말입니까?”

“아뇨. 모두들 사지가 눅신하도록 두들겨 맞은 채였어요.”

그렇다면 참 이상한 가스였다.

나는 그 남자에게 그가 말한 기묘한 폭발에 대해 온갖 질문을 퍼부었지만, 더 이상 들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다. 이미 눈치 챘던 대로, 신문에 나지 않은 비밀들은 종종 깊숙이 숨겨져 있다.

최근에야 모두 떠들어댔던 ‘탱크들’에 대해서도, 지난 여름까지는 고위직 관료 일당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기이한 전쟁 도구들이 런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원에서 시험되고 운행되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를 포기하고, 재앙의 현장으로 가는 전차에 올라탔다. 그곳은 일종의 근교 산업 도시로, 도시 중심에서 8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 공장이 어디 있는지 묻자, 거기에는 아무도 없으니 가봤자 소용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공장을 찾아냈다. 주변으로 벽이 둘러진 가운데에 으스스하고 소름 끼치는 창고가 있었고, 문은 닫혀 있었다. 나는 폭발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붕도 멀쩡했다. 참으로 기이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사람들이 죽을 정도의 심한 폭발이 있었다는데, 건물 자체에는 흠집이나 자국이 전혀 없었다.

한 남자가 문 밖으로 나오더니 문을 잠갔다. 나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시작했다. 아니, 질문을 위해 “여기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고들 하더군요.”라든가, 관례적인 몇 마디를 건네어 말을 트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수확은 없었다. 그 남자는 내게 경찰들이 거리를 순찰하는 걸 보았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이쯤에서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두든지, 아니면 첩자로 몰리든지 택하라고 했다. “떠나는 게 좋을 거요. 한시라도 빨리 말이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충고였고, 나는 그 충고를 받아들였다.

조종사 웨스턴 레이놀즈에게 벌어졌던 사건이 떠올랐던 것은 그로부터 하루나 이틀이 지나서였다. 다른 사건들에 비해 시간상 간격이 짧다는 점 때문에 이 두 참사 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억측일 수 있었기에, 난 그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면서도, 그 생각은 좀체 내게서 떨어져 나가질 않았다. 그것은 결국 나를 어둡고 작은 수수께끼의 숲으로 이끌었던 은밀한 빛이 되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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