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골리도스

  • 장르: 판타지 | 태그: #환상문학 #단편 #와이크스미스
  • 평점×5 | 분량: 64매
  • 소개: 스너그 고르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두 아이와 개가 채식주의자 도깨비 골리도스를 만나는 이야기 「도깨비 골리도스」는 『스너그들이 신기한 나라』에서 발췌한 것으로, 개과천선하여 아이... 더보기

도깨비 골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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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 속으로 나왔을 때 주위를 둘러본 고르보는 이제 그들이 강 건너편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실비아나 조보다 그 자신에게 더 심각한 사실이었다. 아이들에게 그것은 햇살을, 침침한 지하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 아마도 새로운 모험의 서막을 의미할 수도 있으리라(그리고 사실 그랬다).

하지만 그에게 그 사실은 말썽과 위험과 미지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의미했다. 가파른 계곡 밑에서 세차게 흐르는 넓고 깊은 그 강은 공포가 스멀거리는 땅으로부터, 용과 다른 사나운 괴물들의 전설로 점철된 끔찍한 땅으로부터, 켈프들과 거인들 그리고 백성들을 학대하는 무자비한 왕의 땅으로부터 스너그들을 지켜주는 장벽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가 강 이편에 서서 건너편의 푸른 숲을 서글프게 바라보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부디 자신이 멍청한 짓을 한 것은 아니길 빌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여긴 그리 멋진 곳은 아닌데.” 여기저기 조잡한 풀밭과 가시나무 숲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우중충한 풍경을 둘러보며 실비아가 말했다. “그래도 저 캄캄한 곳에서 빠져나오니 행복하다.”

“그래, 왜 아니겠어.” 조가 만족스럽게 동의했다. 그 나이 때엔 과거지사보다 당장 다가올 일에 더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여기 오게 돼서 무척 기뻐. 아마 이제부터 우린 진짜 모험을 시작하게 될 거야.”

“나도 그럴 거라 생각해.” 고르보가 말했다.

그들은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완만한 비탈에 이르자, 그들 앞으로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둥근 회색 탑이 보였다. 높은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 탑은 적막하고 무시무시해 보였다. 고르보는 그 탑을 한참 동안이나 심각하게 응시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맞아. 저것은 늙은 골리도스의 탑이야. 그가 밖에 나와서 벽에다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군. 저 구레나룻을 보니 그가 틀림없어.”

조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달아나는 게 좋겠어. 따라와, 실비아!”

“아냐, 도망가지 마. 마음 놓아도 괜찮아. 골리도스는 개과천선했기 때문에 이젠 그리 위험하지 않아. 가서 강 건너로 돌아갈 방법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겠다. 겁먹지 마, 실비아. 골리도스도 지금은 꽤 착한 마음씨를 지니게 됐다고 들었어. 사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도를 지나칠 정도라고 하더군.”

마음이 푹 놓인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도깨비를 방문하게 됐는데 어떤 아이가 그럴 수 있겠는가?) 고르보가 워낙 자신만만하게 말한 덕에, 아이들은 용기를 내어 고르보와 손을 맞잡고 탑을 향해 갔다. 강아지가 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2미터는 됨직한 커다란 남자가 회반죽 더미와 큼직한 돌덩이 몇 개를 옆에 두고 헐거워진 외벽의 틈을 메우고 있었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았다.

그런 다음 두 손을 탁탁 쳐서 회반죽 가루를 털어버리고 그 손으로 머리를 문지른 후, 상냥하긴 하지만 어딘지 모자라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을 기다렸다.

그는 바보 같은 커다란 얼굴에 거칠거칠한 머리카락, 그리고 싸구려 염소 가죽 양탄자를 잘라 붙인 것 같은 구레나룻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옷은 동화책에서 도깨비들이 으레 입고 나오는 지저분하고 헙수룩한 것이었다.

고르보가 말한 대로 그가 개과천선했다면, 그를 도깨비라고 부르는 건 공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벌써 몇 년 동안이나 그는 아이를 삼킨 적이 없었고, 이제 그의 식단은 양배추, 순무 어린 잎, 오이, 작고 신 사과 같은 빈약한 것들뿐이었다.

“아하!” 그들이 앞에 이르자 그가 말했다. “모두들 진심으로 환영해요. 멋진 손님들을 맞아본 지 한참 되었거든요. 안녕하세요, 꼬마 아가씨, 꼬마 신사분? 그리고 당신은 어때요, 친애하는 스너그? 가만 보자, 내가 전에 당신을 만난 행운을 누린 적이 있었던가요?” 그는 아주 상냥한 태도로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아닌 것 같은데요.” 고르보가 대답했다. “아시겠지만, 당신이 이쪽으로 옮겨 왔을 당시 난 어린아이였으니까요.”

“그랬군요.” 골리도스가 짐짓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자, 안으로 들어와 내 집처럼 편히 쉬어요.”

고르보가 원하는 것은 도깨비와 친교를 쌓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강을 건너 저편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뿐이지만, 그에게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골리도스는 육중한 문을 쾅 닫곤 잠가버렸다.

“문이 열려 있으면 아주 신경이 쓰여서요. 하지만 들어와요. 먹을 것을 준비해 줄 게요. 모두들 긴 여행을 했을 테니, 틀림없이 피곤하고 허기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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