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그 집을 ‘산장’으로 알고 있었어요. 누군가 ‘마을 바깥에 있는 산장’이라고 말하면 곧바로 알아들을 정도였죠. 혹여 산장이라는 명칭이 생소하다는 사람도 대충 위치를 말해주면 ‘거기 있는 그 집?’이라며 알아듣는 시늉이라도 보여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산장’이라는 이름이 의아하기 짝이 없어요. 무영동이 산지가 두터운 지역인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산골짜기에 묻혀 있는 외진 마을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그 집을 꿋꿋하게 ‘산장’이라고 칭하던 이웃들을 떠올리니 미간에 찌뿌듯한 힘이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 산장은 위치부터가 독보적이었어요. 우선 논밭을 건너 마을 변두리까지 나가는 것이 시작이에요. 마을 바깥에는 국도가 산 주변을 따라 빙 둘러 빠져나가는데, 그 앞으로 밭도 논도 아닌 퍽퍽한 땅이 덩그러니 펼쳐져 있었어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요양병원을 짓는다고 땅을 닦아놓았는데, 건설 계획이 무산되면서 남겨놓은 땅이라고 하더군요. 그 주변까지 다다르면 산과 도로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시야가 넓어져요. 그 공터와 산을 사이에 두며 흐르는 국도가 무영동을 가르는 경계로 취급되곤 했어요.
그런데 공터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질적인 빛깔이 눈에 띄기 시작해요. 사방이 누런 풀들로 가득한 가운데 벌건 구조물이 그 끄트머리를 차지하고 있죠. 나무도 건물도 없는 황야 끝에 보란 듯이 눈을 사로잡아요. 곧 그것이 어떤 ‘집’의 지붕이라는 것을 깨닫게 돼요.
맞아요. 그 집이 소문의 ‘산장’이랍니다.
여기까지 들어도 그 집이 왜 ‘산장’이라고 불리는지 의아할 거라 생각해요. 그 집은 산속에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무영동에서 벗어난 공터를 두고 세워져 있으니까요. 도로변에서 산장 쪽을 바라보면 빨간 지붕에 복층 구조를 가진 집이라는 것만 간신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마저 있었어요. ‘별장’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굳이 무영동에서만 꿋꿋하게 ‘산장’으로 부르고 있다면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물론 그에 대해 따라붙는 이야기가 한두 가지 존재했어요. 가령 누군가 이곳에 별장을 짓던 시기에는 무영동이 산으로 뒤덮여 있었을 거란 가설이죠.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나무가 깎여나가고 도로가 들어서며 산의 경계가 공터 바깥까지 밀려나면서 집만 덩그러니 남았다는 것이 소문의 줄거리였어요. 만약 이 소문을 믿는다면 ―애초에 무영동이 산을 깎아내면서까지 세워진 동네가 아닌 만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 산장이라는 집은 까마득하게 오랜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말이 되겠죠.
“그런데 왜 산속에 집을 짓지?”
언젠가 함께 공을 차던 남자아이가 화두를 던졌어요.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무리에 끼어 있던 여자아이가 겨우 말을 받아주더군요.
“뭐, 집을 산속에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그 집주인이 심각할 정도로 낯을 가린다면 어때? 나무로 사방을 감싸놓고 조용히 숨어 있고 싶었던 거야. 마치 나무에 굴을 파고 사는 다람쥐처럼.”
큰 고민 없이 나온 추측이란 건 알았어요. 하지만 그 말이 제 어두운 의문을 넌지시 건드리더군요.
즉, 그 산장의 주인은 집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다는 말이 아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