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잔향

감각의 잔향

작가 코멘트

‘감각의 잔향’은 기술이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각과 감정의 영역까지 침투한 미래를 상상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네온과 홀로그램이 범람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 소외와 감각의 마비가 만연한 시대. 그런 세상에서 ‘센소리움’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유키는 첨단 기술의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상처와 경험을 바탕으로,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기술을 통해 타인의 감각적 고통을 어루만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단순한 ‘조율사’가 아니라, 기술의 윤리적 경계 위를 위태롭게 걷는 탐구자이자, 과거의 메아리 속에서 현재의 의미를 찾는 생존자입니다. 사토와의 과거는 기술의 잠재적 폭력성과 인간 소외의 가능성을, 센소리움에서의 현재는 그 기술이 치유와 연결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야기 속 ‘감각 조율’, 특히 내밀한 접촉을 포함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자극이나 쾌락의 묘사를 넘어섭니다. 이는 기술이 감각과 감정, 심지어 관계의 본질마저 재정의하는 시대에 ‘연결’이란 무엇인지, ‘친밀함’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 탐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육체적 접촉과 신경 인터페이스를 통한 감각 데이터의 교환이 뒤섞이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결핍과 불안을 마주하고 해소의 실마리를 찾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