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포장을 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늘까지는.
수민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준 선물을 떠올렸다. 생일이니까. 크리스마스니까. 입학이니까. 졸업이니까. 기념일이니까. 이별이니까. 저마다 가슴에 선물을 품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마음에 들어하면 덩달아 수민도 기뻤고, 실망한 내색을 보이면 덩달아 수민도 속상했다. 크기만 보고 대놓고 실망한 누구는 내용물을 보고는 미안했는지, 더 크게 기뻐하기도 했었다. 선물은 크기가 아니라 마음이야. 그걸 몰라? 수민은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이 작디작은 선물에 수민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십 년 전, 리아는 대뜸 수민에게 선물을 안겼다.
“이게 뭐야?”
“생일 선물.”
리아는 무신경하게 답을 했다. 언제나처럼.
“나 생일 한참 남았는데?”
“이번에 나가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리아는 부끄러운 건지 귀찮은 건지 자꾸 다른 곳을 보았다.
“고마워.”
수민은 상자를 이리저리 살폈다. 초록색 리본이 새빨간 포장지로 싼 상자를 우아하게 감싸고 있었다. 포장만 보면 생일 선물보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어울렸다.
“뜯어봐도 돼?”
수민은 상자 크기만큼 길게 늘어진 나비 리본에 손가락을 걸었다. 리아는 도톰한 입술을 얇게 만들고는 음, 하고 짧은 소릴 내었다.
“열어도 돼.”
리아의 허락에 수민이 망설임없이 손가락을 당기려고 하자 리아는 수민의 손등에 손을 포갰다.
“지금보다는 정말 가지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때 열어 봐.”
리아는 수민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이 안에 네가 바라는 게 있을 거고, 네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거야.”
수민은 뚱딴지 같은 이야기에 눈썹을 팔자로 만들었다.
“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
수민은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선물 상자를 열었을 것이다.
리아가 떠나고, 수민은 마스 돔 마드힐 대학교에 입학했다. 수민은 그곳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다.
하루는 알렉산드라가 수민의 자취방에 놀러 왔다. 그는 책장 위에 빼꼼 머리를 내밀고 있는 리아의 선물을 발견했다.
잔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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