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촉진 펀치

  • 장르: SF, 기타 | 태그: #11월의휴가
  • 평점×48 | 분량: 48매
  • 소개: 휴가를 못 가서 프리랜서가 된 사람의 이야기 더보기

연차 촉진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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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휴가를 받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 외에도 휴가를 받는 게 이상한 달에는 7월, 1월, 9월, 4월, 10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휴가 가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까닭은 일리호가 하는 일이 일종의 대기직이라는 것에 있다.

네오 오류동, 뿐만 아니라 이 주변 도시의 모든 쓰레기가 오류동 중앙 처리장에 모인다. 처리장은 대량의 바이오 웜을 양식한다. 바이오 웜이 쓰레기를 갉아 먹고 나오는 배설물은 인화성과 열량이 좋아 도시의 에너지로 쓰이고, 바이오 웜은 도시의 식량이 된다. 쓰레기를 크레딧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장소에는 부르지 않는 손님들이 자주 방문한다. 그들을 쫓아내는 게 일리호의 일이다.

그러나 이런 공방전에서 방어자가 선택하는 게 공간이라면, 공격자가 선택하는 건 시간이다. 약탈자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휴가는 제한되어 있다. 그게 규칙이니까. 하지만 작년 11월은 너무 했다. 진짜 너무한 일이었다.

일리호의 친구가 죽었다. 친구의 장례식을 주관할 수 있는 자들은 친구와는 너무 먼 곳에 살았다. 빈소는 휴가를 쓰지 않고선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에 마련되었고, 그가 낸 휴가는 반려되었다. 소장은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넷-트에서 만난 친구. 그와의 관계를 설명하던 일리호는 자기 손으로 휴가 신청서를 찢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소장은 어차피 바빠서 가지 못할 거라며 일리호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해 11월에는 단 한 번의 공격도 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리호는 대기하면서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덜 괴로웠을까? 거기에 대해 뭐라 대답은 못 할 거 같지만, 분명한 건 11월이 지나자마자 사표를 냈다. 사표 쓴 날 바로 퇴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다음 사람 구할 때까지만 버텨달라는 말과 싸웠다. 일리호는 이 싸움이 평소의 싸움보다도 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개월의 유예 끝에 일리호는 처리장의 1급 방어자가 아니라 날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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