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본 단편은 독립출판브랜드 ‘미씽아카이브’에서 출간한 학교괴담 앤솔로지 <야간자유괴담> 수록작입니다. 본 단편을 포함한 <야간자유괴담>의 모든 수록작들은 이북으로 발간되었으며, 알라딘, 예스24, 리디북스와 같은 주요 서점 사이트에서 전체 묶음(묶음 구매 시 51%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가능) 혹은 개별 단편 형태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본 작품의 가격으로 책정된 20G는 해당 작품의 이북을 단품으로 구매했을 때의 가격과 동일한 액수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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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야.”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이었다. 반장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내가 앉은 책상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수학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래.”
“나……를? 수학 선생님이? 어떤 일인데?”
“글쎄, 나도 모르겠어.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었거든.”
그렇게 말하는 반장의 안색이 어두웠다.
“무슨 말이야?”
“그냥, 별로 좋은 일 때문인 건 아닌 것 같았어. 표정이 안 좋더라고.”
그런 얘기까지 들으니 짚이는 일이 없음에도 걱정이 앞섰다. 나는 수학이 그런 태도를 보일 만한 일이 있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어…….”
“여하간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얼른 가 봐. 그럼, 난 말 전한 거다?”
반장은 손을 흔들고 교실 뒤편의 사물함으로 걸어가 버렸다. 방금 전까지 나와 대화 중이던 종은이가 물었다.
“뭐지? 너 뭔 일 했니?”
“아니, 내가 무슨 일을. 그런 거 없어.”
***
곧바로 종은이와 함께 교무실에 가 보았다. 수학이 교무실 문을 들어서는 나를 발견하고 손짓했다. 반장이 말한 대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부르셨어요?”
수학이 비어 있는 자리에서 의자 하나를 끌어내며 말했다.
“잠깐 여기 앉아라. 다음 수업이 뭐니?”
“역사요.”
“종일 쌤!”
수학은 막 교무실을 나서던 역사 선생을 불렀다.
“나 주희랑 얘기할 게 있어서, 금방 보낼게요!”
역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로 나갔다.
“얘기가 오래 걸리나요?”
그러나 내 물음에도 수학은 심각한 표정만 지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반장의 말을 듣고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심상치가 않은 분위기여서, 나는 교무실 문 앞에 있던 종은이에게 먼저 교실에 가 있으라고 손짓했다.
그사이 수학이 책상 서랍에서 내 수학 숙제 노트를 꺼내 넘겨 주었다.
“이거, 무슨 의미인지 말해 줄래?”
“네? 어떤…… 거요?”
수학이 나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펼쳐 보렴. 오늘 제출한 숙제.”
그 말을 듣고, 나는 노트를 펼쳐 마지막으로 쓴 페이지까지 넘겨 보았다.
“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이 나타났다.
“이게 뭐예요?”
“내가 묻는 게 그거란다.”
숙제 대신 노트를 채우고 있는 것은 기억에 없는 낙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