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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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다. 인간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만, 굳이 이렇게 규모 큰 문제를 다시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또 통제를 잃어버린 로켓 잔해가 지구로 추락하리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몇 년 전과 기시감이 느껴지는 소식이었는데, 심지어 이번에는 대기권을 뚫고 추락하는 과정에서도 타지 않고 온전할 부품이 있다는 소식에 다들 욕을 해댔다. 그러니까 현대사회의 급변하는 기술 뭐 그런 얘기였다. 신소재들이 극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내구성이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하는 건 기후변화에 따라 미쳐 날 뛰는 환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우주항공 기술은 제자리걸음이냐, 왜 또 이런 문제가 생기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겠다. 간단히 말하면 확률의 문제였다. 물론 그 기술도 발전을 했다. 심지어 눈부신 발전이었다. 우주개척에 이름을 올린 나라가 그 사이 얼마나 늘었는지 나열할 수도 없었다. 했는데, 문제는 십중팔구가 문제없이 안전하다고 해도 남은 일과 이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문제가 되는 부품은 지상에서 로켓의 발사체를 제어하는데 사용되는 부품이었고, 그간 문제없이 사용되었다. 지난 몇 년간 통제 불능의 상태로 추락하는 로켓 잔해는 없었다. 한 마디로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

정말인지 기시감이 들었다. 처음 발표된 추락 예상 지점은 북위 41도와 남위 41도 사이였다. 물론 바다에 떨어지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 운운했다. 육지에 로켓의 잔해가 떨어지면 반드시 국가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논조였는데, 꼭 이번에야 말로 로켓의 잔해가 세계주요도시에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처럼 읽혔다. 말하면 이것도 또다. 언제고 전쟁을 못 일으켜 안달인 것처럼 구는 사람들은 있으니까.

“미친 거 아냐?”

사무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가장 먼저 반응이 나온 건 성 차장의 자리였다. 상반기 인사이동으로 막 과장을 단 혁호가 성 차장의 반응에 슬그머니 휴대폰을 확인했다.

[국민안전처 ]5월 16일 경
‘창정-27B호’ 잔해 한반도
추락 예상. 실시간으로 현황
중계 예정이오니, 속보와 각
지자체 안내 등을 참조하시어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헐? 이게 뭐예요?”
“아니, 통제를 못 할 거면 쏘지를 말….”
“학교에서 애들 귀가 시킨대요! 아니 근데, 애들만 집에 가 있으면 뭐해. 진짜 이게 뭐예요.”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로켓의 잔해가 티끌만한 것일 리가 없는데, 사람들은 영화 속 지구멸망을 하루 앞둔 상황처럼 굴었다.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는 얘기다. 혁호는 파티션 너머로 김 부장의 안색을 살폈다. 관련 기사라도 섭렵하는 것처럼 모니터를 한참이나 쳐다보던 김 부장이 울리는 내선전화를 받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본부장님 회의 들어갑니다. 급한 결재 있으면 이 팀장님 대결로 처리하세요.”

한 시간마다 나오던 속보는 이내 삼십분으로 바뀌었고, 종국에는 모든 프로그램이 중지된 채 특보만 중계되었다. 기획조정부서에서 내내 TV를 틀어놓은 턱에 현재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중국의 어느 쪽으로 예상되었던 지점이 점점 남동쪽으로 낮아진 탓이었다. 개성이었다가, 서울이 되었을 때는 또 다시 휴대폰에 불이 났다. 모두 귀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왔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귀가를 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당장 머리 위에 있는 게 아니어서 실감도 나지 않았다.

나라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진 것처럼 어수선했지만, 모두는 결국 정시에 퇴근했다. 학교는 학생들을 귀가조치 했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만이 일부 조퇴를 했을 뿐이었다. 혁호는 포함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러다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 부의 보고서를 결재 올리게 생겼네. 농담처럼 중얼거리면 옆자리의 신 대리가 그렇다며 웃었다. 그러는 신 대리는 심지어 야근을 할 예정이라고. 고생해. 네 들어가십쇼.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