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요, 외계인이에요. 인류학자 같은 거예요. 회사 인간들 생태를 조사하라고 우주연방에서 출장 나왔어요.”
모텔에서, 술 취한 사람에게서, 진지하게 들을 말은 아니었다.
“날 생체 실험 하려고 하길래 나왔어요.”
새벽 한 시에 듣기에는 꿈 같은 소리였다.
한 시간 전에 시내 중심가에서 ‘누구든 무엇이든 찾아드리는 실종탐정’ 명함을 돌리다가 싸한 장면을 목격했다. 덜 취한 남자가 더 취한 여자와 택시에 같이 타는데 여자는 괜찮다고 하고 남자는 설득하고 택시기사는 짜증내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가 결국 함께 택시에 타자 마자 뒤에 있던 택시를 잡아 차량 추격전을…펼쳤으면 좋겠지만 교통신호 다 지켜가며 미행을…아니 대놓고 따라갔더니 이 모텔이었다.
“박 대리님이 집이 같은 방향이라고 가는 길에 내려 준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반대 방향이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내리려고 했는데…좀 쉬었다 가자고…잠깐 술만 깨고 가자고 그랬는데…나 이제 집에 어떻게 가요?”
내가 탐정이지 ‘주취자 안심귀가 서비스’냐고 하려고 했지만, 술 취한 사람은 신원미상자인 척 하고 파출소 의자에 갖다 놓으면 제일 안전한데 모텔로 데려온 걸 보면 뻔했다. 의뢰도 돈도 안 받았는데 괜히 남의 일에 나대는 거 아닐까 싶어 한참 고민했다가 기왕 여기까지 따라온 거, 혹시 무슨 일 생기지나 않는지나 보고 가야 양심의 가책을 덜 느낄 것 같아서 모텔의 문을 두드렸더니 문을 열어 준 여자가 지금 나한테 술주정하고 있는 이 사람이었다.
“나를 사랑으로 채워 줘요~사랑의 박 대리가 다 됐나 봐요오~”
여자는, 강 주임은 ‘선녀와 나무꾼’의 후예답게 화장실 문 밖에 팽개쳐 둔 박 대리의 옷을 속옷만 남기고 다 챙기고 있었고, 박 대리는 샤워하면서 구성지게 트롯을 부르고 있었다. 술기운에 자꾸 다리가 풀리는 강 주임을 부축해서 나왔더니 한다는 소리가 외계인 타령이었다.
“내가, 초능력이 있거든요. 딱 보면, 속마음을 딱 알아챈단 말이죠.”
강 주임은, 강혜라 씨는 박 대리의 옷주머니를 샅샅이 뒤지다가 “아, 없네”라고 조그맣게 혼잣말을 했다.
“도청기가 없어요. 가방 속에 있나 봐요. 다시 가봐야 돼요.”
외계인에 이어 도청장치라니, 이쯤 되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