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미리보기

저승의 날이 저물었다. 낮에는 조용하던 시장에 하나둘 좌판이 펼쳐지고 어둑한 하늘에 색색의 헝겊을 씌운 등롱이 걸렸다. 음식을 내놓는 좌판에선 일찍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거리엔 귀신들 보다 먼저 음식 냄새로 가득 찼다. 오늘은 여느 날보다 거리가 북적거렸다.

귀신 단옷날. 이날은 대별왕이 허락한 귀들만 이승으로 나가 노닐다 새벽 첫닭이 울 때 돌아오는 날이다. 나가지 못한 자들은 저승에서 축제를 벌이기에 며칠 전부터 저승은 한껏 들떴다.

도깨비 놀이패가 대로에서 판을 벌이자 구경나온 귀신들로 통로는 금세 미어터졌다. 그 사이에서 몰려드는 귀들을 끄는 상주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진다. 처녀 귀신들은 짝을 이뤄 옷가게에서 오색으로 물든 저고리와 치마를 골랐다.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댕기를 샀다. 몽달귀는 그런 처녀 귀신들의 환심을 살 요량으로 좌판에 자리한 반지와 비녀들을 훑었다. 아기귀신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그사이를 비집고 뛰어갔다. 귀신들은 저마다 귀신 단옷날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 상점들을 들락거렸다. 차가운 바람에도 귀신들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