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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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 내린 땀이 세일의 목덜미에서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차가운 손이 세일의 등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훑어낸다.

 

손 주인의 알몸은 대조적으로 데일 듯 뜨겁다.

 

“이불.. 불편하고 이상해. 돈도 잘 벌면서 왜 이런 형편 없는걸..”

 

세일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나른하게 속삭이는 숨결이 목을 간지럽힌다.

 

몸보다 더 뜨거운 숨결이다.

 

‘보일러 켰는데도 공기가 왜 이리 서늘하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보려 해도 꿈과 현실의 경계에 반쯤 걸쳐 있는 듯한 기분을 떨쳐내기가 싫다.

 

서늘한 손길이 세일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몸을 단단하게 붙잡는다.

 

“어디?”

“보일러좀..”

 

세일의 목 언저리를 배회하던 숨결이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기대감에 눈을 감으며 세일은 몸을 길게 뻗어 침대에 드러누웠다.

 

차가운 손이 제멋대로 너부러져 있던 이불을 끌어 올려 두 명의 알몸을 둘러싼다.

 

뜨거운 불처럼 달아오른 몸의 열기에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다.

 

“2년 전에 새벽에.. 추운날이었는데..”

 

세일의 배꼽 언저리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가 끊어질 듯 드문드문 들려온다.

 

“엄마랑 아빠가.. 대학 졸업하고 괜찮은 병원 취직했다 좋아하던 딸이.. 안 피우던 담배 피우고.. 맨날 술에 절어 들어오고 하니깐.. 새벽기도 간다고..”

 

발작적으로 터져 나온 킥킥하는 웃음소리가 세일의 예민한 부위를 자극한다.

 

세일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집어삼킨다.

 

“새벽에 누가 신호를 지켜.. 그 화물차 운전자처럼 그냥 신호 무시하고 사거리 지나갔으면 됐을걸.. 거기 나중에 내가 가서 재봤는데 신호 걸리면 다시 지나갈 때 까지 3분이나 걸리던데..”

 

눈을 감고 숨을 죽인 채로 손을 더듬어가 둥그런 어깨를 매만진다.

 

“신호 바뀌고 출발하는데.. 나중에 봤는데.. 맨날 타고 다니던 차인데도.. 전혀 알아보지를 못하겠더라고.. 남아 있는 신체 부위도..”

 

곧 어깨가 떨릴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목소리도 목소리 주인의 몸도 담담하다.

 

“잘못된 신한테 잘못된 기도를.. 하러간거지..”

 

‘아니 그게 기도에 대한 대답이다.’

 

“그래.. 그게 기도에 대한 대답이었나봐.. 이유도 없이 .. 비명 지를 틈도 없이.. 죽는게.. ”

 

‘짧게나마 비탄에 찬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꿈꾸는 자의 귀에 안식의 노래를 불러주었을 것이다. 그게 원숭이들의 삶의 이유다.’

 

“그러니깐 추운데 일어나지 말고.. 날 더 안아줘..”

“어둠속에.. 둘만 남켜진것처럼.. 불처럼.. 마지막 불씨처럼..”

 

자각 없이 내뱉은 단어에 체온이 급격히 내려간다.

 

고개를 끄덕이는지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세일의 하복부를 부드럽게 간지럽힌다.

 

“..몇시지?.. 아침에 출근..”

 

3시를 넘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아직은 꿈을 꾸고 잠을 잘 시간이야.”

 

숨결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간다.

 

터져 나오는 신음을 억누르며 눈을 뜨려 해도 좀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더 자요..”

 

손길이, 숨결이 세일의 몸을 불태운다.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더 이상의 꿈은..’

 

머릿속에서 마구 날뛰는 상념들에 압도당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깨어나게 두면 안 돼..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비명의 자장가를..’

 

“더 자요.. 아직은 시간 남았어.”

 

선영의 몸짓이,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세일을 꿈속으로 인도한다.

 

꿈의 여파가 여전히 남은 채로 눈을 뜨고 나니 새벽 5시였다.

 

눈을 뜨고 돌아보면 선영의 모습이 사라졌을 거란 확신이 들었었지만, 선영은 여전히 이불을 끌어안고 잠에 취해 있다.

 

덮은 이불을 바로 해주고 오피스텔의 커튼을 치고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 까지도 선영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일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옷을 갈아입고 메모지에 오피스텔의 비밀번호를 남겨 놓고 박 노인의 차 열쇠를 집어 들고 현관문을 나서다 뒤돌아 선영의 잠든 모습을 잠깐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선영의 마지막 모습이라는걸 세일은 알 수 없었다.

 

 

하루 동안 단련의 덕인지 세일은 시동을 꺼트리지 않고 수월하게 박 노인의 차를 몰아 출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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