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드라이브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박 노인은 세일의 벤츠를 뒤따라와 오피스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었다.

 

세일의 벤츠 옆에 차를 세운 박 노인이 평소와는 달리 세일을 붙잡고 장황하게 차를 다루기 위한 온갖 설명과 주의사항들을 말해주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보려 해도 좀처럼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리고 기름은 가급적이면 고급유만 넣도록 하게.”

 

얼떨결에 박 노인의 건네는 자동차 키를 받으면서도 몇 번이나 사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저.. 영감님 그럼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제가 차로 사는 곳 까지 모셔 드리겠습니다.”

“아직 택시 많이 다닐 시간이니 택시 타고 가도록 하겠네.”

“그래도.. 해주신 게 있는데 제가 모셔다드리는게..”

 

세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내젓는 박 노인에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피스텔 로비로 올라와 큰길가로 나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택시가 다가와 박 노인을 태우고 사라졌다.

 

떠나가는 택시를 보고 거듭 인사를 하고 세일은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머릿속을 휘저어 놓는다.

 

‘내일 선영 씨 보려면 지금이라도 자두는 게 좋을 텐데..’

 

또다시 꿈에 시달리거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거란 걱정이 든다.

 

박 노인이 건네준 자동차 키가 손안에서 기묘한 감촉을 전해준다.

 

두툼하고 요란한 벤츠의 키와 달리 얇고 투박한 열쇠의 방패 문양이 부적이나 되는 양 손에서 놓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일의 걱정과는 달리 마법과도 같은 잠이 쏟아진다.

 

대답도 대화도 꿈도 없는 잠에서 깨어난 세일을 새벽의 햇살이 반긴다.

 

‘오늘 아침 일찍 보기로 했지?’

 

서둘러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선영에게 문자를 보내놓고 나니 여태껏 고민해 본 적이 없던 일이 세일의 마음을 괴롭힌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두 개의 자동차 열쇠를 한참이나 번갈아 바라보다 세일은 박 노인이 건네준 투박하고 얇은 열쇠를 집어 들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박 노인의 차에 몸을 구겨 넣듯 올라타니 또다시 긴장감이 밀려온다.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고 출발하려 하자 여지없이 시동이 꺼지면 세찬 진동이 몸을 강타한다.

 

‘..그냥 벤츠 끌고 갈까?’

 

얼마 전 선영이 차에 관해 이야기했던걸 떠올리며 세일은 다시 한번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조금 울컥거리긴 했어도 차를 출발시킬 수 있었다.

 

지하 주차장을 돌아 출입구 방향으로 차를 몰아가는데 조금만 가속페달에 힘을 주어도 미끄러운 주차장 노면에 차의 뒤가 흘러 빠지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 보니 이거 주차장 램프 언덕에서 다른 차 때문에 서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이전까지 차를 몰면서 한 번도 걱정해 본 적이 없었던 것들 하나하나가 다 커다란 장애물처럼 여겨진다.

 

다행히 주차장 진출로 언덕에 정차하는 일 없이 큰 도로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과천의 도로는 한산하기만 했다.

 

신호에 걸려 정차할 때 마다 시동을 계속 꺼트렸지만 세일은 약속 시각 10분 전에 선영에 아파트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선영의 모습을 발견하고 세일은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손을 흔들었다.

 

세일과 차의 뜻밖의 조합에 선영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깃든다.

 

“원래 끌던 차는 어쩌고요?”

 

그리 호의적인 말투는 아니다.

 

“아뇨.. 저희 사무실 어르신.. 차인데.. 저..”

 

어떤말을 해도 선영을 이해시키기는 힘들 것 같아 보인다.

 

한참을 더듬거리는 세일은 바라보다가 선영은 말없이 조수석으로 올라탄다.

 

“아우 좁아.. 짐 놓을 자리도 없잖아요.”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거니 예의 그르렁거리는 엔진 소리가 세일의 귀와 심장을 자극한다.

 

기대하지 못했던 굉음에 놀랐는지 선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일을 바라본다.

 

“아니 저번에 내가 스포츠카 좋아한다고 해서 이런 거 빌린 거에요?”

“빌린 게 아니라.. 건네 받았습니다..”

“네?”

“저 내일부터 정직원 되는 기념으로.. 제일 선임분이 타시던 차 저한테 주셨습니다.”

 

선영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내젓더니 어깨를 으쓱 추어올린다.

 

“뭐. 그 사무실 이상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래서 오늘은 어디 가나요?”

“바닷가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또 인천이요?”

 

선영의 질문에 사무실에 처음 면접 보러 갈 때 택시기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아니요. 더 멀리요.”

 

세일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선영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온다.

 

“먼 길 가려면 빨리 가야겠네요. 어서 출발해요!”

 

선영이 옆에 타고 있으니 당장 차를 출발시키는 것도 부담스럽다.

 

기어를 넣고 조심스럽게 클러치를 떼며 차를 출발시키려 하는데 세일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울컥거리는 진동과 함께 시동이 꺼진다.

 

킥킥 거리는 선영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아.. 아뇨. 이게 수동 차라서요. 제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