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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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근무는 김 노인과의 충돌을 제외하곤 걱정했던 것 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어쩌면 격앙된 감정이 졸음을 쫓아 내준 덕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깊은 잠에 빠졌는지 김 노인은 숨소리 하나 없이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세일은 내심 근무 교대 시각에 이 노인이 김 노인의 그런 모습을 발견하기를 기대했다.

 

기대와는 달리 어느 정도 시각이 흐르자 김 노인은 잠에서 깨어 몸을 바로 세웠고 거짓말처럼 사무실의 철문이 열리며 이 노인이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세일 군 밤 근무는 어디 할 만했어?”

 

순간 김 노인의 근무 태도를 이야기해야 하는 고민이 들었다.

 

김 노인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세일의 입을 바라본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자못 기대된다는 투다.

 

“.. 네. 별 다를 거 없이 잘 마쳤습니다.”

“그래. 밤이라고 별다를 게 있나 우리일 이~ 아.. 차는 주말에 좀 타봤고? 어때? 마음에 들어?”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망설이는 세일을 내버려 두고 김 노인이 사무실을 떠나간다.

 

잠시라도 김 노인을 더 마주 대하기 싫어 세일은 한동안 더 사무실에 머물렀다.

 

이 노인과 몇 마디 열의 없이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나서니 아침 햇살이 찌르듯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려온다.

 

차를 몰고 집에 도착해 몸을 씻고 나니 오전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선영 씨랑 약속 오늘 오후 5시였지. 지금 가서 바로 자야겠다.’

 

침대에 몸을 눕히고 나니 설렘 보다는 긴장감이 점점 더 커진다.

 

바로 잠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좀처럼 잠이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긴장감이 온몸의 근육과 혈관을 뒤틀어 놓기라도 하듯 온몸이 경직되어 온다.

 

몇 시간 뒤의 선영과의 저녁 약속 때문인지 그 뒤에 있을 김 노인과의 불편한 근무 때문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오전 9시가 지나자 결국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3시쯤부터는 준비해야 하니깐 지금 바로 자야 6시간이라도 자는데..’

 

당장 자야 한다는 강박감이 오히려 세일의 머리를 더 맑게 만든다.

 

‘최소 5시간은 자야지.. 저녁 식사하다 졸 수는 없으니.. 그리고 내가 뭐라 해놓고 김 영감님이랑 근무서면서 잠들기라도 하면..’

 

절대 잠들지 못할 거란 불안과는 달리 알람 소리에 놀라 화들짝 정신을 차려보니 오후 5시였다.

 

순식간에 시간을 건너뛰기라도 한 듯 좀처럼 잠을 잤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숙면이 가져다주는 개운함과 나른함보다는 기묘하게 뒤틀려오는 현실감각이 불쾌감을 더해준다.

 

‘나 분명히 3시에 알람 맞춰 놨는데?’

 

약속장소에서 혼자 세일을 기다리고 있을 선영의 모습이 떠오른다.

 

죄책감에 마음 한쪽이 무너져 내린다.

 

‘지금이라도 바로 전화해서..’

 

분명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 이불을 털어 보아도 휴대폰을 찾을 수가 없다.

 

온몸을 뒤흔드는듯한 낮고 불길한 휴대폰의 진동음이 들려온다.

 

‘선영 씨가 나한테 전화 한 걸 거야. 화가 많이 났겠지.. 어서 사과하자..’

 

휴대폰 스스로가 세일에게 다가오는 듯 진동 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전화를 걸고 있는 건 선영 씨가 아니다… ‘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과 함께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가 세일의 온몸을 휘감는다.

 

‘핸드폰이 울리고 있는 게 아니야. 알람이 울리는 내 핸드폰을 손에 쥐고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거야..’

 

포식자를 바라만 보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을 거라 스스로를 기만하는 피식자처럼 세일은 원룸의 방바닥만을 내려 보았다.

 

익숙한 공기가 원룸을 가득 메운다.

 

이제 진동 소리는 바로 세일의 등 뒤 귀 높이에서 들려온다.

 

‘그때 그 택시 기사님이야… 아니.. 국정원 직원이 날 찾아온 거야. 날 원망하겠지?’

 

죄책감이 세일의 심정을 옥죄어온다.

 

‘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거다… 꿈꾸는 자를..’

 

“아직은 꿈에서 깰 시간이 아니야.”

 

익숙한 목소리가 다정하게 세일의 귀에 속삭인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안도감이 밀려온다.

 

눈물을 흘리며 눈을 떠보니 귓가에 두었던 핸드폰이 온 침대를 뒤흔들 기세로 알람을 울리고 있었다.

 

오후 3시다.

 

한참을 고민하다 세일은 약속 장소 근처의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었다.

 

5분여를 걸어가 가게 앞에 도착하니 4시 40분이었다.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까? 문자를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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