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밤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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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옆에는 박 노인의 차 만이 세워져 있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아직 11시가 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왔는가.”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박 노인이 인사를 건넨다.

 

“네. 조금 일찍 왔습니다.”

 

박 노인이 손목에 찬 시계를 한번 바라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김 형 곧 올걸세.”

“네. 영감님 저 왔으니 이제 들어가셔도..”

 

세일의 말이 재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대꾸가 없다.

 

딴에는 친근함을 표현한다고 건네어 본 말이었기에 괜한 민망함이 밀려온다.

 

체감상 꽤 긴 시간이 지나서야 김 노인은 사무실에 출근했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로 이미 짐작했는지 인사를 건네는 세일을 보고도 별달리 놀라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박 노인이 인사를 건네고 퇴근하자 사무실엔 정적만이 가득하다.

 

세일은 심드렁한 태도로 의자에 주저앉는 김 노인을 잠시 바라보다 시계로 시선을 돌린다.

 

‘뭐 딱히 하실 말 없는 건가?’

 

어떠한 말도 기척도 들려오지 않는다.

 

‘박 영감님보다 더 과묵한 분인가 보네..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시는 건가?’

 

박 노인과의 근무 때도 몇 시간씩 말없이 앉아 시계를 지켜보기만 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박 노인과 보내는 침묵의 한때는 신뢰와 책임감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반면 처음으로 김 노인과 같은 근무를 서는 날 길게 이어지는 침묵은 참기 힘들 정도로 낯설고 불편하기만 했다.

 

‘묵묵히 시계만 보자…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 거시겠지.’

 

정적을 깨고 사무실에서 들어보리라 기대해 본 적이 없는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금은 황당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김 노인은 의자를 끝까지 눕히고 몸을 파묻듯이 앉아 눈을 감고 있다.

 

‘뭐야? 진짜 자는 거야? 아니 그것보다 시계 안 봐도 되는 거야?’

 

예상을 하지 못했던 김 노인의 행동에 사로잡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깨워야 하는 건가?’

 

순간 김 노인에게 정신이 팔려 시계에서 한동안 시선을 때놓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세일은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어디 아프신 건가? 나도 있고 하니 그러신 거겠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저음의 소리에 좀처럼 시계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냥 속 편하게 자고 있는 거잖아? 어떻게..’

 

세일은 명확하지는 않을지라도 자신이, 사무실의 일원들이 하는 일이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세일은 시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감정을 실어 양손으로 탁자를 크게 내리쳤다.

 

두툼한 철제 탁자가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했는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둔탁한 소리만이 들려온다.

 

코 고는 소리는 여전히 멎을 줄을 모른다.

 

‘그냥 내버려 둘까? 내가 지켜보면 되는거니..’

 

온통 뒤통수로 쏠리는 신경을 애써 시계 쪽으로 돌려놓으려 애써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그냥 혼자 근무하는 게 속 편하겠다. 이게 도대체 뭐람..’

 

박 노인이나 이 노인이 김 노인의 이런 근무 태도를 알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저 사람 여태껏 계속 저래왔던 거 아냐?’

 

세일은 충동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시선을 시계에 둔 채로 뒷걸음질로 김 노인의 의자 뒤로 걸어갔다.

 

시야에 시계와 김 노인을 한눈에 담은 채로 잠깐 고민을 하다 김 노인의 의자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어르신. 근무시간인데 일어나시는게..”

 

세일의 과감한 행동은 규칙적이던 김 노인의 숨소리에 엇박자를 살짝 더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거두지 못하였다.

 

김 노인이 숙면을 취하고 있는 의자 뒤에 서서 시계를 바라보고 있자니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냥 몸을 두드릴까? 너무 무례한 행동이려나?’

 

집중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시곗바늘이 조금 더 돌아가 보인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 세일의 몸을 휘감는다.

 

‘저거 움직인 거 아니야?’

 

잠들어 있는 김 노인을 내버려 두고 세일은 다시 자신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신경을 집중한 채로 하나밖에 없는 시곗바늘의 각도의 변화를 노려보고 있으니 눈알이 빠질 듯이 뻐근해 온다.

 

‘잘못 본 건가? 눈금도 없으니깐 알아보기가 힘드네.’

 

물 흐르듯 움직이는 박 노인의 손목시계의 초침 처럼 벽면 시계의 시침 역시 자연스럽게 10시 방향으로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