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회의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항공 점퍼 남자가 매점을 떠날 때 까지 세일은 한참 동안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한번 달아오른 머릿속의 불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어머니를 만나 봐야 한단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도저히 그럴 기분이 들지 않는다.

 

급한 일이 생겼다는 문자만을 보내놓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내내 항공 점퍼 남자의 협박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잖아.. 도대체 왜?’

 

생각하면 할수록 항공 점퍼 남자가 세일을 대하는 태도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어찌 보면 다분히 개인적인 것처럼도 보인다.

 

‘질투를 하는거야.. 꿈꾸는 자에게 허락받지 못해서.. ‘

 

세일은 반쯤 홀린 듯이 자동차를 세워둔 지하층의 외진 구석으로 걸어갔다.

 

차에 올라타고 나서도 좀처럼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지.. ?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말하겠다고 해야 하나.’

 

퍼뜩 박 노인이 말한 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영감님이 다 해결될 거라고 하셨잖아.. 일단 믿고 기다려야 하나..’

 

박 노인이 괜한 소리를 하지는 않았을 게 분명하다.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몸이 익숙한 길을 따라 세일의 오피스텔로 차를 몰아간다.

 

집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지나 있었다.

 

‘영감님 퇴근하고 계시겠지? 지금이라도 전화 드려서 말씀드려야 하나?’

 

정작 박 노인에게 전화를 걸 용기는 나지 않는다.

 

‘내일 출근해서 말씀드려보자 생각이 있으시니까 그런 말씀 하셨겠지..’

 

갑작스러운 휴대폰의 진동 소리에 세일은 몸서리를 쳤다.

 

‘분명 항공 점퍼 남자일거야.. 내 핸드폰 번호 어찌 알았지?’

 

휴대폰에 켜보니 박 노인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내일 아침 7시 자네 오피스텔로 가겠네. 나와 같이 서울 좀 다녀오세.]

 

‘이게 말씀하셨던 건가? 어떻게 아시고..’

 

섬뜻한 기운이 등줄기로 타고 흐른다.

 

‘찬탈자의 마법이다..’

 

세일로서는 거절한 이유가 없다.

 

[네. 시간 맞춰서 밑에 내려가 있겠습니다.]

 

문자를 보내 놓고 한참을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지만, 박 노인으로부터 대답이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두들겨 맞기라도 한 듯 온몸이 다 아파온다.

 

더는 항공 점퍼 남자에 관한 생각도, 박 노인에 관한 생각도 하기가 싫다.

 

대충 입고 있는 옷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몸을 누이니 축복과도 같은 잠이 세일을 어루만진다.

 

꿈꾸는 자의 시간이다.

 

 

“왜 여태까지 기다리라고 하신 거지?”

“오늘 초승달이 뜨거든. 마법의 달이야.”

“뭘 하시려고 그러는 거지?”

“불을 들어 그림자를 드리우려 하는 거야. 그림자 속에 가두어둔 마법을, 두려움을, 밤을 풀어놓으려 하는 거지.”

“마법 같은 건 없어… 거인도..”

“원숭이 들의 문명이, 나라가, 도시가 곧 그의 마법이야… ”

“박 영감님이..”

 

미리 맞추어둔 휴대폰의 알람이 꿈의 대화에서 세일을 현실로 잡아끈다.

 

마법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듯 아무런 생각 없이 몸이 움직인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6시 40분이다.

 

세일은 옷을 챙겨 입고 오피스텔 입구의 도로변으로 내려갔다.

 

저 멀리 처음 보는 작고 낮은 차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처음 보는 차인데..’

 

세일은 자동차의 창문이 내리고 박 노인의 모습이 나올 때 까지 한참을 미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일찍 나왔군. 타게나. 내 차로 종로에 좀 다녀오세.”

 

몸을 구겨 넣듯 세일이 조수석에 올라타자 박 노인의 차는 도로를 쥐어 뜯을듯한 기세로 튀어 나간다.

 

‘수동 차 운전 하시네..?’

 

‘감내할 가치가 있는 수고로움’ 이라는 박 노인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머니는 별일 없으신가?”

“네.. 사실 그 남자가 또 병원 찾아와서 어머니 한테..”

“대충 사정은 들어서 알고 있네. 지금 그거 담판 지으러 가는 거니 오늘 이후론 그런 일 없을걸세.”

 

‘누구한테 들으신 거지? 담판은 누구랑?’

 

“저 어디로 가는 건가요?”

“정부 서울 청사로 갈 걸세.”

“거기서 뭘..”

“가보면 알게 될걸세.”

 

언제나처럼 더 이상의 대화를 원치 않는듯한 박 노인의 태도가 세일의 입을 가로막았다.

 

‘국정원이랑 관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