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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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중이라 길게 통화 못 해요. 별 다른 거 없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저 혹시 제 어머니 한테..”

 

수화기 너머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죄송해요. 이만 끊을게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통화는 끊어졌다.

 

세일은 길게 이어지는 통화 끊김 음을 한동안 듣고 있다 최근 통화를 저장했다.

 

연락처의 명칭을 무어라 해야 할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다 ‘간호사’라고 이름을 입력한다.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통화대기음만 길게 이어진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기계음이 들려온다.

 

몇 번을 시도해보아도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화를 왜 안 받으시지?’

 

초조함은 망상의 늪으로 세일을 이끈다.

 

세일은 연락처의 ‘간호사’ 번호를 띄우고 한참을 전화를 걸어볼까 고민했다.

 

‘그분도 별일 아니라는 말투였잖아…’

 

퍼뜩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걸 깨닫고 세일은 어머니에게 문자를 남기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책망인지 호기심인지 알 길이 없는 박 노인의 따가운 시선이 잠시 세일에게 머무른다.

 

좀처럼 벽면의 시계에 집중할 수가 없다.

 

‘거인이 어머니를 발견한거야.. ‘

 

온갖 불길한 상상들이 나래를 펼치며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무의미한 행동인지 알면서도 자꾸만 주머니 속에 꺼진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게 된다.

 

‘거인은 없다. 마법은 없다. 난 파수꾼이다.. 내가..’

 

“무슨일 있나? 아까 나갔다 온 이후로 영 집중을 못 하고 있군.”

 

갑작스러운 박 노인의 목소리가 세일의 주문을 깨트린다.

 

질문을 이해 못한 듯 멍하게 박 노인을 바라보다 세일은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게.. 저 그때 말씀드렸던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람이 제 어머니 입원해 있는 병원 찾아왔다고..”

“그걸 누구한테 들었나?”

“어머니 병실 담당하는 분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드려놨거든요.. 좀 전에 잠깐 통화하고 왔습니다.”

 

박 노인은 뜨개질 도구를 내려놓고 세일의 잠시 말없이 벽면의 시계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별다른 일은 없다 하고?”

“그게.. 그 남자는 질문만 했다 했는데.. 길게 통화는 못 해봤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박 노인의 시선이 시계에서 떨어져 잠시 세일에게 향하고 다시 손목에 찬 기계식 시계로 향한다.

 

“자네 어머니 병실 면회시간이 몇 시까지인가??”

“아.. 오후 8시까지 입니다.”

“아직 시간 좀 남아있군. 자넨 오늘 먼저 들어가서 어머니 병실 찾아가 보도록 하게.”

“..그래도.. 어떻게..”

“일에 집중도 못 하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시간 허비만 할 필요 없네.”

 

박 노인은 말은 그의 생각을 정확히 드러낸다. 세일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먼저 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맞은편 탁자 위에 놓았던 짐을 챙기는 세일의 눈에 곳곳 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벽면의 시계를 바라보는 박 노인의 뒷모습이 들어와 박힌다.

 

“저.. 죄송합니다. 매번..”

“자네 잘못으로 벌어지지 않은 일에 사과 할 필요는 없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는 박 노인에게 세일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곧 해결 될 테니 자네는 너무 신경 쓰지 말도록 하게..”

“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질문을 집어삼키며 세일은 사무실을 나섰다.

 

차를 몰아 병원까지 가는 동안 몇 번을 더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증폭되는 불안감을 집어삼키며 자꾸만 힘주어 가속 페달을 밟으려 하는 다리를 억제해본다.

 

병원 주차장은 방문객 차량으로 지하층까지 가득 차 있었다.

 

곳곳에 주차된 검은색 세단을 볼 때마다 흠칫 놀라게 된다.

 

세일은 구석진 자리에 차를 세우고 비상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거인은 없다.. 마법은..’

 

머릿속에 뜻 모를 문장들이 맴돈다.

 

나쁜 일을 막아주는 주문이라도 되는 양 어머니의 병실까지 달려 가는 동안 세일은 거듭 되뇌어 본다.

 

세일은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병실은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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