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첫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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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하고 처음 맞는 토요일이 오자 세일은 아침 일찍 정부청사역 근처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에서 추천한 어머니의 병원과 사무실의 중간 지점에 있는 오피스텔은 복층 구조의 원룸이었다.

 

세 가족이 함께 살아왔던 집보다도 더 큰 공간을 혼자 쓴다 생각하니 묘한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전세계약이니 오히려 지금까지 나가는 월세보다 저렴하고 좋잖아?’

 

세일은 별다른 고민 없이 전세계약을 하였다.

 

그날 오후 세일은 어머니의 병실을 찾아갔다.

 

임지연 교수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 임지연 교수가 던졌던 해괴한 질문들이 다시 떠올라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였다.

 

어머니는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를 가진 선한 인상의 중년 부인과 같은 병실을 쓰고 있었다.

 

이전까지 다인 병실에서의 권태와 짜증과 탐욕에 사로잡힌 얼굴의 환자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인상이었다.

 

“그래 회사 분들은 어떠신 데?”

“교대 근무라 아직 한 분이랑 밖에 같이 일 안 해봤어요. 그래도 다 저 잘 챙겨주시려 하고 배려해 주세요.”

“그래. 그분들 눈 밖에 나지 않게 성실하게 다니고.”

“네. 그럴게요.”

 

“보호자분 말씀 중에 죄송한데 잠깐 어머니 수액 교체 좀 할게요.”

 

병실 입구에서 세일과 어머니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간호사가 말을 자르며 병상으로 다가왔다.

 

“환자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시죠?”

 

냉정하고 사무적인 말투였지만 왜인지 청량감이 느껴지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다.

 

“간호사님이 잘 돌봐 주셔서 다 괜찮은 거 같네요.”

 

어머니의 말에 간호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웃음이다.

 

세일의 눈은 무의식적으로 간호사의 명찰로 향했다.

 

간호사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리며 괜한 헛기침을 하는 세일은 조금은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두 분 말씀 계속 나누세요.”

 

날렵한 손놀림으로 병실의 칸막이 커튼을 치고 병실을 떠나는 간호사의 발걸음 소리가 한동안 귀에 맴돈다.

 

“그래 일은.. 일은 힘들지 않고?”

 

묘한 표정으로 세일의 눈치를 보던 어머니가 다시 질문을 던진다.

 

“아.. 일 쉬워요. 그냥..”

 

세일은 자신이 하는 일을 자세하게 말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안전 관리 같은 거 하는 거예요. 책상에 앉아서. 늘 정시 퇴근하고, 정시 출근해서 시간도 많이 남아요.”

“그래 아주 잘 됐다.”

“아.. 엄마 저 집도 구했어요. 이 근처에 오피스텔 전세로.”

“그때 말한 그걸로? 회사 분들이 대출 도와주셨다고?”

“네.”

“세상에 이게 다 웬일이니.. 일이 이렇게 잘 풀릴 거라고 누가 알았겠니? 꼭 꿈꾸는 거 같다 얘..”

 

세일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꿈꾸는 자의 꿈의 파생물] 이라는 문장을 속삭인다.

 

뜻 모를 문장이 불러온 섬뜩함은 어머니의 웃음소리와 거기에 뒤따라오는 행복감에 밀려 이내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자네 월급통장도 만들었지?”

“네”

“통장 사본한 부 만들어서 박형에게 전해주도록 하게. 우리 25일 날 월급 나온다고 이야기했던가?”

“아니오 아직 월급 관련된 이야기는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아.. 그래.. 일단 25일 날 나올 때 명세서 확인해 보면 자네 초봉 얼마인지 계산되겠지? 아 맞다! 우리 초반 3개월은 수습 기간이라고 이야기했던가?”

“아니요. 처음 듣습니다.”

“너무 실망하지는 말고.. 말이 좋아 수습이지 자네 우리랑 같이 평생 여기에 다니게 될 거니깐. 그런 거 개의치 말아.”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이미 여태껏 받은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대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월급이 얼마이든 상관없어. 평생직장도 보장된다 하고 일이 지루한 거 말고는 시간도 여유 있는 편이고.. 진짜 성실하게 열심히 다닐 거야!’

 

열심히 일하는 것과 대충 일하는 것의 차이가 없는 일과가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렇게 여태껏 겪어 보지 못했던 지루한 하루들을 무수히 견뎌내고 나니 어느새 월급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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