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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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은 한동안 다시 열의를 가지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처음부터 벽에 고정된 장식인양 움직이지 않는 시침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이 침침해 온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이 노인이 무가지를 뒤척이는 소리만 들려온다.

 

‘그런데 종일 이걸 보는 게 가능은 한 거야?’

 

문뜩 박 노인이 시계를 보며 뜨개질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그런 거 라도 해야 하나… 신입 때 부터 딴짓하려 하면 오히려 나쁜 인상 주겠지?’

 

“쉬엄쉬엄해.”

 

이 노인 세일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일간지를 건네며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어르.. 영감님 편하게 보고 계십시오.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시계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하는 세일의 어깨너머로 스포츠 신문이 불쑥 들어온다.

 

“어차피 지금 OJT 기간이고 원래 우리 여럿이 근무할 때는 번갈아 가면서 보곤 했으니 자네도 좀 쉬라고.”

 

노인의 말에 문뜩 의문이 생겨났다.

 

“저.. 영감님들 세분 말고 다른 분들은 회사를 그만두신건가요?”

“.. 뭐 이런저런 사정들이 생겨서. 휴직 중인 사람도 있고.. 아! 자네 회사에 뭐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우리가 이런 거 체계가 좀 안 잡혀 있어서.”

 

당장 세일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의문은 화장실과 점심이었다.

 

‘혼자 일할 때는 진짜 요강 써야 하는 건가… 큰 거라도 마려우면 어떡하지?’

 

“뭐 궁금한 거 없어?”

“아.. 화장실이요. 나중에 혼자 근무할 때는 어떻게..”

 

이 노인이 세일의 등 뒤에서 요란한 웃음을 터트린다.

 

“요강 있잖아? 저거 나름 편하다고? 큰거는.. 그게 오래 근무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단 말이지? 사람 몸이란 거 신기해서 습관 따라 생리 활동도 맞춰지더라고. 난 출근하기 전에 한 번 다녀오고 아침도 가볍게만 먹어.”

“아.. 그럼 식사는요?”

“아 맞다. 그거 이야기해주는걸 깜박했네. 여기 배달도 안 되거든? 나는 나이드니 그게 편해서 그냥 8시간 참고 저녁을 거하게 먹는데 자넨 힘들 수도 있을 테니 도시락을 싸 오든, 사 오든 하라고. 저기 반대 벽에 아이스박스 있는 거 봤지? 거기에 물이랑 도시락 넣어두면 돼.”

 

‘도시락 뭘 사와야 제일 장에 부담이 안 갈려나?’

 

세일의 시시하지만 중요한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노인이 말을 끝없이 이어간다.

 

“그리고 저기 아이스박스 옆에 있는 서랍장 보면 누가 사둔 전투식량도 한가득 있어. 배고프면 한번 먹어보든가… 저거 나 처음 입사했을 때 부 터 본 거 같지만 말이지?”

 

이 노인은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저기 손잡이 있는 벽면에 있는 문은 뭔가요?”

“지하실로 통하는 문인데. 우린 지하실 들어가면 안 돼. 나중에 만나게 되겠지만, 시설물 보수하는 김 씨라고 있거든? 지하실은 김씨가 관리하니깐 자넨 신경꺼.”

“시설물이요? 여기 전기 기구들 동작 안한다고..”

“저 시계가 말이지.. 저래 보여도 동작은 하긴 한다 하더라고. 김 형 말에 의하면 가끔 12시도 넘어가고 할 때도 있대. 난 한 번도 못봤지만..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실에 저 시계랑 연결된 기계장치가 있다나봐..”

 

‘전기가 작동 안 하는데 어떻게 동작한다는 거지?’

 

왜인지 세일의 머릿속에 거대한 태엽장치가 떠오른다. 불현듯 떠오른 심상은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어진다.

 

“시간은 어떻게 아나요? 몇 시나 되었는지..”

“여기에서 몇 시가 되었는지 아는 게 왜 필요해? 다음 교대자 오면 퇴근하면 되는 건데. 박형은 무슨 기계식 자동 시계다 뭐다 차고 다니는데… 난 그 비싸고 무겁기만 한 거 왜 필요하다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

“아. 이 안에서도 동작하는 시계가 있긴 있나 봐요?”

“가스등도 잘 되잖아?”

 

세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옷 편하게 입고와. 봐서 알겠지만,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끔찍이 더워. 혼자 일할 때 빨개벗고 춤을 춘다 한다 한들 아무도 뭐라 할 수 있는 사람 없으니깐 신경 쓰지 말고 추울 땐 두툼하게, 더울 땐 최대한 가볍게 입고와.”

 

세일이 입고 있던 싸구려 양복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 노인이 말했다.

 

“네.. 그런데 여름에는 진짜 더울 거 같은데. 에어컨도 당연히 안 나올 테고..”

“자네 얼음집이라고 들어봤나? 예전에는 많았는데 요샌 다 망하고 과천 시내에 딱 하나 있어. 우리가 얼음 사 오는데 연락처 줄 테니까 날 더워지면 출근할 때 거기서 한 포대씩 사 들고 차에 실어 오라고. 대야에 얼음 넣고 발 담그고 있으면 나름 견딜만해.”

 

노인의 말에 또다시 출근에 대한 걱정이 되살아났다.

 

‘차를 사긴 사야 겠지.. 그러고 보니 여기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르잖아?’

 

“그런 거 말고 자네 진짜 궁금한 거 따로 없어? 월급이 얼마인지? 월급날이 언제인지? 그런 거 안 궁금해?”

 

민감한 질문을 품고 있기도, 물어보기도 난감해하는 세일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 노인이 세일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제 초봉이 얼마인가요? 그래서..”

 

기다렸다는듯 바로 질문을 던져놓고 괜히 민망해하는 세일에게 이 노인이 짓궂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우리 채용 공고에 [업계 최고 대우]라고 쓰여 있는 거 못 봤어?”

“네. 봤습니다.”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니 기대하라고! 사실 우리 월급 정산해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