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직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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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 좀 전까지 박 노인이 바라보던 벽에 시선을 고정했다.

 

“자 그럼 우리도 일해야지 세일군.”

“네”

“일단 우리가 하는 일부터 가르쳐 줘야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잘 들으라고!”

“네!”

 

평소의 이 노인답지 않은 태도에 긴장하며 세일은 이 노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저기 내가 바라보는 시계 보이나?”

 

노인이 가리킨 벽에는 9시와 3시 방향에 굵은 눈금이 새겨져 있었고 그사이에 9시 방향을 가리키는 커다란 시곗바늘이 걸려 있었다.

 

“네. 보입니다.”

“지금 몇 시지?”

 

세일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내 들려다 노인이 물어본 건 벽면 시계의 시간이라는걸 깨닳았다.

 

“저기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바늘이 시침이라면 9시입니다.”

“오 그래 똑똑하군. 그럼 저 바늘이 180도 돌아서 반대 방향 가리키면 몇 시가 되지?”

“3시입니다.”

 

세일과 문답을 주고받으면서도 노인의 시선은 여전히 벽면의 시계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그래 우리가 하는 일. 시계가 9시면 괜찮아. 12시도 괜찮고. 1시, 2시도 괜찮아. 그런데 3시가 되었다? 그럼 문제가 생긴거야.여기까지 이해했나?”

“네”

 

“자! 그럼 혹시라도 시계가 3시가 되었다. 뭘 해야 하냐? 저쪽 벽에 있는 커다란 손잡이 보이나?”

 

노인이 왼손을 들어 올려 가리킨 벽에는 맞은편의 출입문과 비슷한 크기의 철문과 지렛대 모양의 손잡이가 놓여 있었다.

 

손잡이의 경첩 부위에는 손으로 쓰인 ‘봉인’ 이란 글씨와 날짜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네. 잘 보입니다.”

“3시가 넘어가면 저 손잡이를 당기라고.?그리고 전화번호 하나 적어 줄 테니까 핸드폰에 저장해 두도록 해. 이게 또 중요한 거거든.”

“네.”

 

세일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의 전원은 또다시 나간체로 반응하지 않는다.

 

“저 종이에 좀 적어 주시겠습니까? 제 핸드폰이 고장 나서 새로 하나 사야 될 거 같아서요.”

 

노인이 세일의 핸드폰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리며 안 주머니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 들고 번호를 적어준다.

 

“하이고.. 자네 핸드폰 도대체 언제쩍 물건인가? 사무실 문 열고 밖에 나가서 켜봐! 잘될 테니까!”

 

반신반의하며 세일은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건네받고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좀 전까지 어둠에 둘러 쌓여있던 세일을 공격하기라도 할 기세로 아침 햇살이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려온다.

 

사무실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전원을 켜자 노인의 말대로 핸드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안에 무슨 전파 차단 장치 같은 게 있는 건가?’

 

세일은 노인이 적어준 번호를 [사무실. 중요 번호] 란 이름으로 저장해 두었다.

 

“어때 잘 되지?”

“네. 잘 저장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전파 차단 장치 같은 게 있는 건가요?”

“주위 한번 잘 둘러봐봐.”

 

노인이 웃음을 거두고 말한다.

 

그 말의 의미도 모른 체 세일은 사무실 구석구석을 둘러 보았다.

 

‘난로, 커다란 손잡이, 책상, 서랍장, 아이스박스? 저건 또 뭐지? 요강 아냐?’

 

“전기 기구 같은 게 보이나?”

“아뇨. 안보입니다.”

“사무실 안에서는 전기로 움직이는 것들은 아무것도 동작 안 해.”

 

이제서야 사무실 안이 왜 이리 어두운지 세일은 알 수 있었다.

 

창문도 없이 외부의 조명을 차단하고 있는 사무실을 밝히는 유일한 조명은 벽마다 달린 몇 개의 가스등뿐이었다.

 

“그래서 또 중요한거 ! 아까 적어둔 번호 있지? 3시 넘어가면 손잡이 당기고 그 번호로 전화 걸라고. 걸어서 ‘사무실인데 3시 넘어서 손잡이 당겼습니다’ 라고 말하라고. 그런데 전화하려면 사무실 밖에 나가서 해야겠지?”

“네. 알겠습니다.”

“전파 차단 장치 같은 건 없는 거로 알아.. 그런 것도 결국엔 전기로 동작하지 않겠어?”

 

세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숭이들의 법칙이 먼저 온 자의 권능 앞에서 작용할 수 있을까요?]

 

머릿속에서 임지연 교수의 뜻 모를 질문이 다시 떠올라 괜스레 오한이 돋는다.

 

“자 여기까지 다 이해했나?”

“네. 시계 바라보다가 3시가 넘어가면 손잡이 당기고 사무실 밖에 나가서 저장해둔 번호로 전화 걸어 손잡이 당겼다고 말할 것.”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웃음을 터트린다.

 

“끝!”

“네?”

“우리가 할 일은 그게 끝이라고!”

 

어리둥절해 하는 세일의 반응이 재미난 듯 노인의 웃음이 점점 커진다.

 

“그럼 제가, 저와 어르신들이 할 일이 근무 시간 동안 저 시계를 지켜보다 3시가 넘으면 손잡이 당기고 전화 거는 일이라는 겁니까?”

“영감님이라고 하라고 했지! 아무튼, 그게 끝이야 그런데..”

 

벽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노인은 몸을 뒤척여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진짜 중요한 건 시계를 바라보는 거야. 내가 여기 처음 취직했을 때가 군대 갓 제대했을 때 거든? 아마 세일군 나이 정도였겠지? 그런데 지금 세일군이 세상 산 거의 2배 정도 넘는 기간 동안 근무했는데 시계가 3시를 넘겨 본적은 한 번도 없어.”

“아.. 그럼 우리 하는 일이 무슨 일종의.. 안전 관리.. 같은 성격의 업무인가 보죠?”

 

노인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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