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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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상투적인 가족관계와 출생지를 나열하며 시작되어 구구절절한 개인사로 마무리되는 세일의 자기소개를 듣고 통통한 노인은 꽤 감동한 눈치였다.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도 노인의 눈가가 촉촉해진걸 세일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깡마른 노인은 여전히 벽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때때로 세일의 자기소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인지 잠시 뜨개질을 하는 손을 멈추곤 했다.

 

“아.. 그래 어머니는 차도가 좀 있으시고?”

“네.. 덕분에..”

“그래 그래. 세일군 훌륭한 자기소개 잘 들었네! 어.. 우리는..”

 

통통한 노인은 말을 길게 끌며 고개를 돌려 깡마른 노인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우리는 세일 군이 우리와 함께 일하기 적절한 인재라 생각해서 채용을 진행할 생각이거든?”

 

‘그냥 임플란트 회사 다니는 게 낫겠지? 무슨 일 하는데 인지도 모르겠고.. 위치도 너무 안 좋고 이런 데서 제대로 된 경력 쌓기도 힘들테니..’

 

노인들의 결정을 거스르는 세일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통통한 노인의 말을 끝도 없이 이어졌다.

 

“간단한 건강검진 절차 정도만 거치면 바로 확정될 거니깐 금방 출근할 수 있게 준비하고..”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제가 이미 합격한 곳이 한 곳 있어서요. 조금 고민 좀 해보고 답을 드리면 안 될까요?”

 

통통한 노인의 얼굴에 기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어? 그래 중요한 일인데 잘 생각해 봐야겠지. 그런데 세일군. 겉보기만 봐서 우리 사무실이 좀 초라해 보이고 하는 일도 이상해 보일 거라는 건 아는데.. 전반적인 급여나 대우는 세일 군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을 거야. 이게 대외비라 지금 밝힐 수는 없는데.. 우리 차 끌고 다니는 거 봤지? 그리고 내가 자식이 셋인데 이 직장 다니면서 별 어려움 없이 세 명 다 대학 보내고 해외 유학까지 보내줬거든?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네.. 알겠습니다.”

 

통통한 노인이 지갑에서 검은색 명함을 꺼내 들었다.

 

“박형. 이세일군한테 줄 명함 한장 줘봐요.”

 

깡마른 노인은 시선은 여전히 벽에 고정한 채로 뜨개질 도구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통통한 노인에게 건네어 주었다.

 

“잘 생각해 보고. 우리는 근무 중에는 전화를 못 받으니 둘 중 한 명 연락되는 사람한테 전화해주라고.”

 

세일은 통통한 노인이 건네는 두 장의 명함을 받아 들었다.

아무런 무늬가 없는 검은색 바탕의 명함에는 회사명도, 직함도 없이 노인들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만 적혀있었다.

 

“자네 올 때 차 끌고 왔나?”

“아뇨. 택시 타고 왔습니다.”

“그럼 같이 나가자고. 나도 오늘 오후 근무인데 자네 면접 보러 잠깐 온 거라 다시 들어가 볼 거거든? 내가 가까운 역까지 자네 태워다 줄 테니.”

 

세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 또 보세.”

 

작별 인사를 건네는 세일의 얼굴에 깡마른 노인의 날카로운 시선이 잠시 내리꽂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눈부신 아침 햇살이 눈 위로 쏟아져 내린다. 아까보다 더한 현기증에 세일은 잠시 이마를 짚고 숨을 골라야 했다.

 

“왜 몸이 좀 안 좋아?”

“아.. 아닙니다. 갑자기 밝은 데로 나오니깐 좀 어지러워서요.”

“우리 사무실이 좀 어둡긴 하지?”

 

통통한 노인이 킬킬 웃으며 차로 걸어갔다.

 

“어때 차 좋지?”

 

세일은 천진하게 웃으며 차 자랑을 하는 노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와.. 무슨 차가 몸에 닿는 모든 부위가 다 가죽이야..’

 

노인이 자랑할 만큼 고급스러운 차였다.

 

“자네도 출근하려면 바로 차는 한 대 사야 할 거야. 기왕에 살 거면 이런 큼지막한 SUV가 좋아. 우리 사무실 오는 길 봤지? 그리고 교대 근무할 때 필요한 비품들 같은 것도 우리가 다 직접 사와야 하거든? ”

 

‘대출금 갚아야 할 게 얼만데 내가 차를 사…’

 

생각을 속으로만 삼키며 세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는 벤츠가 좋아! 박형이나 김형은 포르쉐니 BMW니 하는데 차는 모름지기 벤츠가 최고야! 마침 사무실 근처 과천 쪽에 서비스 센터도 있고 뭣보다 신뢰성이 좋거든? 우리 하는 일은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없어요. 그저 성실하게 근무시간 맞춰서 출근하고 퇴근 시간에 퇴근 꼬박꼬박 빠짐없이 하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거거든. 그래서 내가 벤츠가 좋다는 거야. 얘는 고장이 안 나요. 손 갈 일도 특별히 없고.”

“아.. 네..”

 

노인의 속 편한 차량 과시에 세일은 그저 맞장구만 쳐주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