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방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괴담 – 방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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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대고 말하면 될까요. 여기요? 여기? 이거 맞아요? 마이크같이 안 생겼는데.
아, 아아. 됐어요? 목소리만 기록되는 거 확실하죠? 얼굴은 안 찍히는 거 맞나요? 불안한 게 당연하잖아요. 들어오자마자 소지품 검사랍시고 가지고 있는 거 다 빼앗겼는데. 소개받은 거라서 믿고 들어온 거지. 아니었으면 그냥 도망갔을 겁니다. 무슨 사이비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아무리 보안이 중요하다지만, 신뢰가 안가잖아요 신뢰가.
…시작이요? 네. ……굳이 자기소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나이는 스물여덟. A기업 방탈출 기획제작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팀이 생긴 건 3년 전인데 그때부터 일했어요. 이번 일이 해결이 안 되면 그만둘 예정이긴 하지만…그래도 3년은 채웠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아, 혹시 몰라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건 마케팅도 아니고 저 한번 팔아보겠다고 지어낸 이야기도 아니에요. 저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네, 팀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방탈출 기획부터 제작까지 담당합니다. 인원은 열 명 정도 되는데…음, 이걸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 그냥 이번 프로젝트 이야기부터 바로 시작할게요.

위치는 왕십리. 기획은 작년부터 했습니다. 작년에 들어온 신입사원들 위주로 꾸려진 프로젝트라서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총 5개의 테마가 들어갈 예정이어서, 신입 네 명이랑 제가 테마를 하나씩 맡았습니다. 저는 총괄 겸 테마 기획도 할 겸 뭐 겸사겸사해서……작년에 기획 마치고 올해 상반기부터 공사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마지막 테스트까지 전부 마치고…오픈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그런……일이 발생해서 오픈이 잠시 밀렸고요. 그래서 제가 여기 오게 된 겁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제가 담당한 테마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기획한 테마는 보육원을 소재로 하는 공포 테마였어요. 아, 표정에 딱 보이네. 굳이 그런 걸 왜 만드냐 이거죠. 근데 세상에는 굳이 굳이 돈 주고 갇혀서 공포를 느끼려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공포 테마는 비수기에도 잘 팔려요. 어디에 카페를 만들어도 공포 테마는 무조건 하나씩 넣는 게 저희 팀의 암묵적인 룰이었어요.
사실 시작에 관해 설명하려면 고민되는 게 있는데…이게 정말 ‘그거’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알 수 없어서요. 뭐 말해서 나쁠 건 없을 테니까…올해 3월에 이슈가 하나 있었어요. 공사를 담당하던 인부 중에 한 분이 사고를 당했거든요.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었어요.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바람에 이마가 살짝 찢어지셨죠. 근데 그 분이 좀…이상한 말을 했어요. 저도 그때 공사 체크하느라 현장에 나가 있었거든요. 넘어지고 나서 사람들이 모여서 상처를 지혈하고 있는데 주변을 둘러보면서 막 화를 내시더라고요. 누가 장난친 거냐고요. 다들 영문을 몰라서 눈빛만 주고받는데 막 소리를 질렀어요. 누가 뒤에서 자기 눈을 가렸다고요.
나중에 좀 진정이 된 후에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하지 말라고 하면서 손을 떼어내려고 했는데 힘이 엄청 강해서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버둥대다가 발에 목재가 걸렸고, 넘어지는 순간 손이 떨어져 나갔대요.
안 그래도 위험한 공사 현장에서 장난을 치는 머저리가 있을 리 없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잘못 봤거나 착각했거나……뭐 그런 건데, 자꾸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니까 좀 짜증 났죠. 그 후로는 그런 일이 없었고 공사는 무사히 끝났어요. 그래서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농담하고 그랬거든요. 현장에 귀신 나온 거 보니까 이번에 대박 나려나 보다, 그러면서.
공사랑 인테리어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우리 팀이 현장에 투입됐어요. 테마에 필요한 소품이나 퀴즈를 설치하고, 마감 확인하고 보강할 부분 체크하고…그런 업무가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일은 그때부터 벌어졌어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 전에 제 테마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어떤 기획이고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뭐 그런 거요. 그래야 이해하기 편할 거예요. 아, 혹시 종이 있어요? 혹시 몰라 평면도를 챙겨왔는데, 아까 소지품 검사할 때 뺏겨서요. 네. 그거면 됐어요. 잠시만요.
……
……
대충 그렸긴 한데, 뭐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겁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