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무서운 게 없지만 명절은 무서워

  • 장르: 로맨스 | 태그: #백합 #신구
  • 분량: 20매
  • 소개: 어느덧 다가온 추석. 구 박사는 우울해진 신 회장을 위해 새로운 발명품을 선보이는데… 더보기

신 회장은 무서운 게 없지만 명절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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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오셨습니까!”

 

구 박사는 평소보다 힘차게 인사했다.

 

“그래, 구 박사도 안녕하지? 늦은 시간에 불러내서 미안하네.”

 

그에 반해 신 회장은 평소보다 노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구 박사는 그러한 신 회장의 눈치를 평소보다도 더욱 살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이번에는 구 박사가 아니라 신 회장이 먼저 구 박사를 호출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호출했다고는 하지만 구 박사가 자신의 연구실을 정리하고 신 회장을 기다려야 하는 건 그대로였지만.

 

신 회장은 양복 재킷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졌다. 구 박사는 호다닥 달려가서 재킷이 지저분한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낚아챘다. 신 회장은 그런 모습을 보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냥 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개쳐도 된다는 뜻이었는데.”

 

“헤헤, 바닥이 다소 지저분하거든요. 먼지도 많구.”

 

그러면서 구 박사는 재킷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신 회장이 다시는 하지 말라고 한 짓이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그 꼴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소파에 몸을 던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구 박사는 그런 신 회장이 의아했지만, 달력을 보고서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여전히 4월을 보여주고 있는 달력을 몇 장 넘기자 9월이 등장했다. 곧 추석이었다.

 

구 박사는 얌전히 신 회장의 재킷을 옷걸이에 걸어두고는 소바 등받이에 턱을 괴었다. 소파에 길게 누워 있는 신 회장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구 박사의 눈길을 느끼고 등을 돌려버렸다.

 

“왜 그래에. 이번에도 나랑 있자. 아무데도 가지 말고. 여기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먹을 거 많아.”

 

“……아냐. 너도 집에 내려가봐야지. 나 때문에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데, 명절에까지 여기 붙잡아둘 수는 없잖아.”

 

“나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구 박사는 손을 뻗어 신 회장의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겨 주었다. 단발로 단정하게 자른 머리칼은 곧바로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러면서 독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난 이 향수 별로더라.”

 

구 박사가 말했다.

 

“어쩌라고.”

 

그러나 신 회장은 신랄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물론 구 박사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좀 더 은은한 향수가 좋아.”

 

“넌 향수도 안 뿌리잖아.”

 

“네가 은은한 향수로 바꿨으면 좋겠다구.”

 

“나는 진한 향수가 좋아. 최대한 진한 냄새로 가렸으면 좋겠어.”

 

“가리다니? 뭐를?”

 

“…….”

 

신 회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구 박사는 신 회장이 눈이 부시지 않도록 자신의 그림자로 신 회장의 눈을 가려주었다.

 

“간지러워! 머리카락 치워!”

 

신 회장은 구 박사의 배려에 감동하기는커녕 짜증만 냈다. 구 박사는 입을 쭉 내밀며 머리를 치웠다.

 

“아아아, 추석 너무 싫다. 다음 명절은 연휴가 없었으면 좋겠어.”

 

구 박사는 이번에는 손을 뻗어 그림자를 만들어 신 회장의 눈을 가려주었다.

 

“뜯어먹을 게 없나 호시탐탐하게 노리고 있는 아저씨들 앞에서는 그렇게 당당하게 굴더니, 고작 명절이 무서운 건가요, 회장님?”

 

구 박사가 농담삼아 말했다.

 

“홀로 남겨지는 건 한 번으로 족하거든.”

 

신 회장의 말에 구 박사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얼어붙었다.

 

“그런데 명절에는 세상에 나 혼자 남게 되는 기분이란 말이야. 그러면 또 홀로 남겨진 것 같고. 그러니까 이번 추석에도 얼른 가버려. 나 혼자 회사 지키게. 경영만큼은 아니지만 경비도 꽤 잘하거든.”

 

구 박사는 굳은 얼굴로 신 회장의 눈치를 보았다. 흘끔거리는 시선에 다시금 짜증을 느낀 신 회장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구 박사의 손을 거칠게 치웠다.

 

“뭐? 할 말 있으면 해.”

 

“그게……제가 새로운 연구를 완성했거든요.”

 

“뭔데?”

 

“잠시만 여기 계세요, 회장님!”

 

구 박사는 쫄레쫄레 뛰어서 닫혀 있는 방문쪽으로 갔다. 문을 열자, 바퀴 달린 테이블 위에 이상하게 생긴 기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넓고 평평한 직사각형 플라스틱 판과 길다란 원통형 나무 막대기였다. 그런데 그 막대기는 플라스틱 판의 오른쪽 상단 귀퉁이에 끝부분이 고정되어 있어, 구 박사가 반대쪽 끝을 들었다가 놓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