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여자

  • 장르: 호러 | 태그: #빨간마스크
  • 평점×7명 | 분량: 42매
  • 소개: 어느 여름밤, 수상한 사람을 만난 문방구 주인의 악몽 더보기

마스크를 쓴 여자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그 여자를 처음 본 건 초저녁 무렵이었다.

 

오후 여섯 시였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 밖은 아직도 대낮처럼 환하게 밝았다. 나는 가게 카운터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학기 중에는 그런대로 바쁠 시간이지만, 방학 때의 문구점은 일할 때보다 손을 놓고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우리 가게는 지역의 중고등학교가 붙어 있는 자리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 고객이라, 방학 기간인 7월 말부터 8월까지는 명목상 가게를 열어 놓는 것에 가깝다.

 

간간이 사무용품이나 잡화를 사러 오는 인근 주민들이 들르는 정도였다. 그랬기에 그 여자를 더 쉽게 의식할 수 있었다. 한참 바쁜 시간이었으면 가게 건너편을 서성이는 사람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천 오백 원입니다.”

 

노트와 볼펜의 매상을 기기에 입력하고 봉투에 담아주며 나는 가볍게 인사를 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손님을 따라가던 내 시선이 길 건너 맞은편 한 곳에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한참 전부터 있었던 느낌이었다. 그걸 눈치 채지 못했을 뿐.

 

누군가 그 앞을 걷고 있었다. 아니, 걷는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냥 길가에 서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기만 했으니까. 그건 그저 움직이는 것에 가까웠다. 몸을 끌면서 한 걸음씩. 바쁘게 나아가는 행인들 속에서 그 사람은 그렇게 몸을 움직였다.

 

후리후리하고 늘씬한 몸에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 누가 봐도 시선을 끄는 그 사람이 한결 특이해 보였던 건 그 복장 때문이었다. 한여름인데도 그 사람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더욱 이상한 건 그가 얼굴 전체를 덮는 흰색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개인 사정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찌는 날씨에 그런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체형이나 분위기를 봤을 때, 아무래도 여자 같았다. 그 이상한 모습에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 씩 곁눈질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게 맞은편이었지만 그런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친 사람인가.

 

나는 그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얼룩 하나를 의식하면 계속 보이듯이, 그럴수록 계속 그쪽을 보게 되었다. 잠시 다른 일을 하다 고개를 돌리면 길 건너편에 여전히 그 여자가 보였다.

 

빨리 가 버리면 좋을 텐데.

 

그나마 우리 가게 앞에서 그러고 있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여자가 서 있는 곳 앞은 부동산 중개 사무실로, 며칠째 문을 열어놓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일곱 시 반이 넘었다. 배달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카운터를 보다 나는 가게 정리를 시작했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어 학기 중에는 조금 더 가게 문을 열어놓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전히 그 여자는 눈엣가시처럼 가게 건너편을 서성이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며 조금씩 인적이 끊겨, 점점 그 모습이 두드러져 보였다.

 

가게 바닥을 닦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언제 들어와?” 아내였다.

 

“아, 지금 갈 거야.” 나는 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길 건너편의 여자에 대해 물었다.

 

“혹시 가게에 있을 때 이상한 사람 본 적 없어?” 나는 그 여자의 인상착의를 알려 주었다. 아내는 그녀를 본 적 없다고 했다. 어디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일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 눈에 띄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아내가 몰랐다는 걸 보면, 아마 이쪽 동네에는 처음 나타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아니, 한여름에 그러고 있으니까 이상하잖아.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없고.”

 

전화 통화를 끝내며 나는 다시 길 건너편을 보았다.

 

어느새 그 여자는 사라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매상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이상한 인간이 계속 눈앞에 어른거리는 건 불길하고 찜찜한 일이었다.

 

가게 정리를 마치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 나는 가게의 불을 끄고 셔터를 내렸다.

 

어느덧 밖은 조용해져 있었다. 아직은 초저녁에 가까워 사람이 좀 다닐 법도 한데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 하나 다니지 않았다. 그저 가게 앞 사차선으로 자동차들이 드문드문 지나다닐 뿐이었다. 무언가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았다.

 

긴 코트를 입고 주위를 서성이던 그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별 일이 다 있네.’

 

그때였다.

 

왠지 모를 스산한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여자가 내 뒤에 서 있었다.

 

순간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는 그녀는 더욱 기이한 모습이었다. 길게 뻗친 버석버석한 머리카락, 창백하고 윤기 없는 피부, 퀭하니 뼈만 남은 얼굴의 골격. 그 아래를 덮고 있는 커다란 마스크. 치렁치렁한 코트는 빛이 바래, 마치 십 년은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키는 남자인 나와 비슷해 170대 후반 정도는 돼 보였다. 특히 나를 놀라게 한건 그 눈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회색이었다. 서른 중반이 되도록 나는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침착하게 물어 보았다. 딱 봐도 제정신이 아닌데, 괜히 경계를 해서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희 영업 끝났거든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다음에 오시죠.”

 

내 말을 들은 여자의 얼굴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흰 얼굴을 덮은 하얀 마스크 뒤에서 자그맣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 ○○○?”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된 음성이었다. 그 쇳소리 같은 질감에 소름이 확 끼쳤다.

 

“뭐라고요?”

“○○ ○○ㄴㅣ?”

 

여자는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무어라 웅얼거리고 있었으나 도무지 그 내용이 들리지 않았다.

 

더 이상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모른 체를 하고 뒤로 돌았다. 뒤에서 계속 그녀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다섯 음절씩 규칙적으로.

 

“○○ㅏ ○○ㄴㅣ?”

“○ㄱㅏ ○○ㄴㅣ?”

 

그러다 갑자기 그 소리가 확 끊겼다.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는 온데 간데 없었다. 텅 비어 있는 거리에 정적이 감돌뿐이었다.

 

대체 뭐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돌리던 나의 시선이 그대로 한 곳에 멈췄다.

 

회색 눈.

 

그 여자가 내 앞에 바싹 다가와 있었다.

 

가슴이 조금씩 뛰어 왔다.

 

“뭡니까? 왜 이래요?” 나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대답을 하려는 듯, 마스크 속 그 여자의 입술이 들썩였다.

 

순간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그 여자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접혔다.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거기에 맞춰 마스크 안쪽의 얼굴 근육이 움직였다. 그 양쪽 옆으로, 입 꼬리가 조금씩 길어지며 마스크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느새 귀까지 길어진 입을 벌리자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새하얀 마스크가 순식간에 붉게 젖었다.

 

등줄기에 오한이 확 올라왔다. 나는 조금씩 뒷걸음을 쳤다.

 

여자는 코트 윗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꺼냈다.

 

길고 뾰족한 물건. 그것은 가위였다.

 

“으아악!”

 

나 자신도 모를 비명을 지르며 반대편으로 뛰었다. 등 뒤로 ‘다다다’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텅 비어 있는 거리가 끝없이 펼쳐졌다. 눈앞의 모든 것이 잿빛이었다. 시간이 정지한 듯, 좌우로 늘어선 상가들에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숨이 미칠 듯이 가빠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딱딱한 보도블록의 질감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무릎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달려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조금씩 거리에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눈앞의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한참을 달려 아예 다른 길로 접어든 모양이었다. 그 곳이 익숙한 시내 한가운데의 번화가라는 걸 체감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한 기분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인파가 늘어나, 어느새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상태가 되었다. 이런 곳에 있으면 나를 쫓아온대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그 여자는 사라졌다.

 

맥이 탁 풀려, 길가의 벤치에 그대로 걸터앉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호흡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후덥지근한 저녁 공기 속에 색색으로 빛나는 상점들의 간판이 두드러져 보였다. 어슴푸레한 남색의 하늘이 점점 검게 물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 보니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왠지 그런 이상한 신고를 받아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나도 내가 겪었으니 믿는 것이지, 그런 해괴한 차림의 여자가 누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