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 악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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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그의 말은 악의 씨가 되었다.

 

스무 살이 넘고부터 그가 내뱉는 말은 거의 모두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좋은 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로 부정적인 말만, 시간의 간극이 있을 뿐 모두 이루어졌다.

 

“쟤 진짜 짜증나네, TV에 그만 좀 나오지.”

 

TV를 보다 무심코 내뱉은 말은 물론이고 친구와 다툼 끝에 내뱉은,

 

“너, 이 새끼! 죽어버려!”

 

라는 말까지 모두 이루어졌다.

 

아무리 길어도 한 달 안, 악담의 씨가 자라서 열매를 맺었고 곧 현실이 되었다.

 

이를 인지하고 나서부터는 도저히 이 상태로 살 수가 없어 이후 그는 극도로 말수를 줄였고 누구를 만나든 마스크를 착용했다.

 

최대한 말을 줄이기 위한 그만의 궁여지책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에도 웬만하면 사람들과 대면이 적은 업무를 할 수 있는 회사를 골랐고 사람들은 그를 과묵한 남자로 불렀다.

 

그는 언제나 희미한 미소만 보이고 꼭 필요한 말만 골라 하며 자신의 악의 혀를 잠재웠다.

 

어느 정도 회사 생활에 적응을 하고 말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사그라졌을 때 쯤, 그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간 클럽에서 알게 된 선주는 얼굴도 예쁘고 활발한 성격이어서 과묵함이 습관이 된 그에게는 더없이 좋은 상대였다.

 

그녀가 작고 귀여운 입을 놀리며 그에게 안겨들면 그는 가끔 웃어주면 되었고 둘은 관계는 점점 발전해갔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귄 지 석 달쯤 되었을 때, 문제가 생겼다.

 

– 어제 너무 좋았음. 성공적.

 

우연히 낯선 남자로부터 온 카톡을 그녀의 폰에서 발견한 그는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

 

“응, 그냥 아는 오빠야.”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넘겼고 이후에도 그와 비슷한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선주야, 너 남자들하고 너무 친한 거 아니야?”

 

“왜 그래, 촌스럽게. 그냥 아는 오빠나 동생들이야.”

 

그는 실랑이가 이어지면 자신의 악의 혀가 넘실거릴 것만 같아 그쯤에서 입을 다물며 참고 넘겼다.

 

하지만 횟수가 잦아들수록 그는 자꾸 의심이 생겨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몸이 안 좋다며 갑작스레 그녀가 약속을 취소한 날, 그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정말 그녀가 집에서 쉬고 있는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녀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였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야, 바람기 많은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지.’

 

그는 그녀의 아파트 앞에 서서 불빛을 확인했다.

 

7층 그녀의 집에는 환히 불이 켜져 있었다.

 

‘정말 감기 몸살인가?’

 

그는 그제야 여자친구를 의심한 자신에게 자책감이 들었다.

 

‘많이 아픈 건가? 뭐라도 챙겨먹어야 할 텐데.’

 

그는 근처 죽 전문점에서 죽을 사들고 그녀의 아파트로 가 현관 벨을 눌렀다.

 

‘어, 왜 먹통이지? 망가졌나보네.’

 

그는 그녀의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 거실도, 실내도 고요했다.

 

‘뭐야, 집에 없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