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 돈가방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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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돈 가방을 가져오지만 않았더라도 내 인생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문제의 그날, 거나하게 술을 먹고 늦은 시각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재진은 갑자기 화장실이 급했다.

 

‘아, 좀 있으면 막차 올 텐데.’

 

참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그는 다급히 근처 상가로 뛰어 들어갔다.

 

 

‘아, 문이 잠겼네.’

 

벌게진 얼굴로 주변 건물을 뛰어다니며 화장실을 찾던 재진은 세 번째 들어간 상가에서 드디어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휴우, 이제야 좀 살겠네.’

 

이마에 난 식은 땀을 닦으며 변기에서 일어나는데 급한 마음에 들어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색의 묵직한 서류가방은 좌변기 바로 옆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이런 게 왜 여기 있지?’

 

재진은 호기심에 슬쩍 가방을 열어보았다. 견고하게 생김새치고는 쉽게 가방이 열렸다.

 

‘뭐야? 돈이잖아!’

 

빼곡하게 차있는 지폐 뭉치를 보자 재진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5만 원짜리 지폐가 가방 가득, 이 정도면 족히 3억은 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에 오픈했던 커피숍이 망하고 재정난에 허덕이던 그는 6개월째 구직 중이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 돈이면 재기할 수 있겠는데…’

 

순간 돈에 대한 욕심이 들면서도 찜찜한 기분이 함께 들어 재진은 혼란스러웠다.

 

‘이런 돈 잘못 먹었다가 탈 날 수도 있는데.’

 

괜스레 불안해진 그는 화장실을 나와 복도를 살폈다. 오래된 상가라 CCTV도 없었고 늦은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상가에 들어설 때도 마주친 사람이 없으니 들어온 걸 본 사람도 없으리라 생각한 재진은 돈을 갖기로 마음먹고 원래 자신의 가방인양 자연스럽게 가방을 들고 화장실을 나왔다.

 

“취직은 언제 하려고 매일 술타령이야?”

 

집에 들어가자마자 시작된 어머니의 잔소리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 이제 장사 시작합니다.”

 

호기로운 재진의 말에 어머니는 눈 꼬리를 치켜뜨며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말아먹은 놈이 무슨 돈으로? 설마, 또 나한테 손 벌릴 생각인거야? 나도 더 이상은 없어.”

 

“엄마도 참, 그럴 일 없으니 걱정 마세요.”

 

큰 소리를 치고 방으로 들어간 재진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서류가방을 다시 열어보았다.

 

‘흐흐흐, 이 돈이면 뭐든 할 수 있겠다. 아, 뭘 하지?’

 

흐뭇한 마음으로 돈 뭉치를 들여다보던 그는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야, 일어 나!”

 

곤히 자고 있던 재진은 누군가 거칠게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일어나보니 웬 남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 당신 누구야?”

 

놀란 얼굴로 묻는 재진을 남자는 다짜고짜 발로 걷어찼다.

 

“누구긴, 자식아. 돈 가방 임자지. 내 돈 가져가고 두 발 뻗고 잘 줄 알았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인정사정없이 발길질을 해댔고 재진은 잔뜩 겁먹은 채 대항도 못하고 매를 맞았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긴 머리에 크고 검붉은 입,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매부리코에 귀까지 길게 올라간 남자의 눈은 재진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돈 가져오라고, 이 자식아!”

 

급기야 남자는 재진의 눈을 바라보며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허어어억!’

 

재진은 공포와 고통에 허덕이며 이대로 숨이 끊어지겠구나 생각했다.

 

‘사, 살려줘.’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목구멍에서만 감도는 빈 비명을 지르던 그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온 몸이 흠뻑 젖은 채로 깨어난 그는 목을 부여잡고 숨을 헐떡였다.

 

‘아, 꿈이었구나.’

 

악몽이라는 걸 깨닫자 안도의 한숨이 밀려왔다.

 

‘남의 돈 먹기가 쉬운 건 아니구나.’

 

불안한 마음에 꿈까지 꾸나보다 생각한 재진은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