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구석방원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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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좀 닫아줄래요? 동기랑 내기를 했어요. 일주일동안 문을 잠그지 않고 지낼 수 있냐는 내기에요. 진 사람이 상대방한테 백만 원을 주기로 했거든요. 언뜻 들으면 적어보여도 공짜로 받는다고 생각하면 제법 할 만한 액수입니다.

사실 집에 그만한 현찰도 없었어요. 혹시 도둑이 들더라도 손해는 아니었죠. 게다가 집이 계단식 아파트라서 외부인이 지나다닐 일도 적었습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내가 왜 선뜻 내기를 받아들였는지 설명이 좀 필요하겠네요.

처음 시작은 가벼운 말다툼이었습니다. 친한 여자 동기가 있었는데, 요즘 다들 그렇듯이 사소한 일로 일반화를 잘 하는 애였습니다. 어떤 빈집털이가 집에 침입했다가 주인이 여자인 걸 알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요. 다행히 미수로 끝나서 참 사회적으로 흉흉한 일이다. 뭐 그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랬더니 동기는 이것도 성차별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왜 그렇게 생각을 하냐고 물어봤더니 주인이 남자였으면 그런 일을 당했겠느냐, 이렇게 말을 해요. 물론 도둑이 그런 일을 남자한테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뜬금없잖아요. 어쩌면 빈집털이가 게이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랬더니 지금 맥락 파악을 제대로 못한다나요. 내가 말입니다.

기가 막혔지만 이성적으로 받았죠. 빈집털이든 성폭행이든 만에 하나 일어나는 일 아니냐. 나도 당할 수 있는 거고 너무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라. 차분하게 얘기했더니 내가 남자라서 역시 이해를 못한다고 하더군요. 울컥해버렸죠. 너랑 나랑 다를 게 없다. 라고 얘기했더니 만약에 지금 창문열고 도둑이 들어오면 할 수 있는 게 다르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현실적으로 때려눕히는 게 불가능하지 않느냐. 뭐 이렇게 말하더군요. 물론 제가 평균치고 키도 크고 덩치도 좀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남녀평등을 말하던 애가 이럴 때만 약한 척 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웃기기도 하고. 내심 비웃으면서 그럼 어떻게 해야 공평하겠냐고 물어봤습니다.

한참 고민하더니 적어도 문은 안 잠그고 살아야 비슷하게 불안하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제가 원래 성격이 욱하는 면이 있어서 그거 별거 아니다. 솔직히 뭐가 다르겠냐. 하고 대뜸 질러버렸더니 눈이 번쩍 하던데요. 정말? 하고요.

반쯤 장난으로 만약에 내가 진짜 안 잠그고 살면 어쩔래. 그랬더니 백만 원 줄게. 하고 대뜸 그러던데요. 놀라서 진짜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죠. 정말이래요. 내기하제요. 애가 완전히 진심이더라고요. 꽁으로 백만 원이 굴러들어오게 생겼는데 당연히 좋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