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 장르: 호러, 역사
  • 태그: #여우누이설화 #비극 #가족애 #잔인 #슬픔
  • 분량: 227매 | 성향: 감성
  • 소개: “믿어서 배신을 당하고, 믿지 못해 배신을 당하고, 인간이나 짐승이나 과욕을 부려 모든 것을 잃는구나. 악연이 얽힌 실과도 같으니, 옥황도, 염라도 손을 댈 수가 없네.... 더보기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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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 아들은 이만하면 됐으니, 여우같은 딸 하나만 점지해주십시오…”

두 노부부가 여우고개 앞의 큰 바위에서 연신 손을 마주 비볐다. 그 흔한 쌀밥 한 그릇 없이 오직 정화수 한 그릇만을 둔 채 간절히 빌었다.
아무리 빌어도 산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덟 꼬리를 늘어뜨린 하얀 여우 한 마리만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물은 맑은 두 눈으로 가만히 노부부를 굽어보았다. 둘 다 늙고 병들어 두 눈만 그렁그렁한 인간들이었다. 그런 노쇠한 몸으로 아이를 바라니, 그 꼴이 우습고 가련했다.
치성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해가 저물자, 노부부는 그제야 허리를 펴고 여우고개를 나섰다. 서로를 부축해가며 터덜터덜 돌아가는 뒷모습이 사무치리만치 쓸쓸했다. 여우는 그제야 바위에서 내려와 정화수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근래 받은 것 중 제일 보잘 것 없는 공물이었으나, 여우는 그릇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노부부를 보았다. 여우고개의 산신령이 용하다는 말만 믿고 서로를 부축해가며 천리 밖에서부터 찾아온 인간들이었다. 거뭇거뭇한 짚신은 귀퉁이가 거의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고, 걸친 옷도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딸을 원하면 삼신에게나 빌 것이지, 참으로 아둔한 인간이로다.’

아이를 점지하는 것은 삼신의 영역이었다. 제아무리 영물이라 한들 그것을 침범할 수는 없었다. 여우는 이내 한숨과 함께 몸을 돌렸다. 그는 그대로 고개를 나서려다가, 문득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미련 탓이었다. 쓸쓸한 노부부의 뒷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남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점지하는 대신, 그 자신이 직접 여인에게 수태하면 될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여우는 맑은 정화수를 들여다보았다. 하얀 털이 숭숭한 짐승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그는 이 모습을 버려야만 했다. 축생도의 악연을 끊고 곧바로 인간이 되어, 더 나아가 해탈하여 이 윤회를 끝내는 것이 그가 바라던 평생의 업이었다. 그렇게 살아온 것이 장장 999년, 앞으로 1년이 지나면 그는 인간이 될 수 있었다. 그저 1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천년을 앞둔 그에게 1년은 억겁과도 같았다.
여우는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연민과 충동에 사로잡혀 정화수가 담긴 그릇에 입을 담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목을 축였다. 이내 그릇이 바닥을 보였다. 공물은 단지 그것으로 충분했다.

울긋불긋한 낙엽이 흩날리던 날, 부인은 아이를 낳았다. 보름달 같은 딸이었다. 발간 얼굴에 벌써부터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눈매가 치켜 올라간 것이 마치 여우처럼 어여뻤다. 부인은 따끈따끈한 아기를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예순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얻은 기적 같은 딸이었다.
온 집안에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와 세 아들은 여인 곁에 둘러앉은 채 갓 태어난 아기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부인이 건강한 것도, 어여쁜 딸이 나온 것도,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노부부는 이것이 산신이 내려준 은혜라 믿었다. 그리고 그것을 영원토록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딸의 이름을 은혜로 지었다.
은혜는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태어난 지 열흘이 되지 않아 벌써 몸을 뒤집었고, 한 달이 지날 무렵 일어나 앉아 몸을 가누게 되었다. 게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보채거나 우는 법이 없었다. 잔병치레 없이 무럭무럭 자라 세 살이 되었을 무렵에는 글을 깨우쳤고, 다섯 살이 되었을 때에는 신묘한 일화로 뭇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어느 가을날, 첫째 아들이 은혜에게 목마를 태워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몇 걸음을 걷다가 돌부리에 발을 헛디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은혜는 다리에 큰 상처가 났고, 아들은 손바닥을 다쳐 흉이 졌다. 그러나 은혜는 피를 흘리면서도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울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오라버니를 위로할 뿐이었다.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비록 제가 더 크게 다쳤다고는 하나, 저를 다치게 한 오라버니의 마음은 얼마나 더 참담하겠습니까. 제가 울면 오라버니는 더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마을 사람들은 노부부의 집에서 보살이 나왔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첫째는 크게 감동하여 은혜를 더욱 따뜻하게 대했다. 글 공부를 하다가도 수시로 은혜를 찾아 말벗이 되어주었고, 곶감 같은 간식을 받으면 반으로 잘라 언제나 큰 쪽을 나눠주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은혜가 보살이 아니라 요괴라는 소문도 간간이 마을을 떠돌았다. 노부부는 그런 소문을 못 들은 척하면서도 내심 마음에 담아두었다. 은혜가 평범하게 낳은 자식도 아닐뿐더러, 보통 아이가 아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손가락질 당하는 은혜를 보는 노부부의 심정은 날이 갈수록 애틋해져갔다.
어느 날 밤이었다. 은혜는 몰래 방에서 나와 홀로 마당 산책을 나섰다. 연못에 뜬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터럭 하나 없이 곱고 맑았다. 그녀는 행복스레 웃으며 가만히 제 얼굴을 쓸어보았다. 비록 천년을 채워 인간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일은 꾸준히 선행을 쌓아 집안을 일으키고, 인간으로서 어질게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그녀의 등 뒤에 불호령이 떨어졌다.

“네가 어찌 감히 이럴 수가 있느냐?”

은혜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돌렸다. 연못 저 너머에 노파 한 명이 서 있었다. 치렁치렁한 붉은 저고리가 풀을 먹인 듯 단정했고, 양손에는 풋고추와 자패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틀림없는 삼신이었다.
은혜는 그녀가 무슨 목적으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체 능청스레 대꾸했다.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리 꾸짖으시는지요?”

“어찌 축생의 혼으로 인간의 몸에 들어간단 말이냐? 실성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단 말이냐?”

“여우 같은 딸 하나만 점지해달라고 빈 것은 그분들입니다. 그 정성이 갸륵하고 금슬이 좋아 잠시 딸이 되어 준 것이니, 삼신께서는 염려치 마시지요.”

“대체 어떻게 걱정을 안 한단 말이냐?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고 살 수 있겠느냐?”

“인간의 법도를 지키고 측은지심을 베풀면 악인도 부처가 될 수 있고, 짐승도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헌데 삼신께서는 어찌 측은지심을 베풀어 딸 하나 점지해주지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요?”

“모름지기 옳고 그른 때가 있기 마련이니라. 노쇠한 인간이 아이를 배는 것이 정녕 하늘의 섭리란 말이냐? 네가 어찌 감히 섭리를 거슬러 세상을 어지럽히려 하느냐? 너는 장차 이 가문의 인간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니라!”

“설령 그리 되더라도 그 책임은 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바란 인간들 또한 책임이 있습니다. 왜 모든 잘못을 저에게만 물으시는지요?”

“너는 영물이다.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그릇된 일을 바란다면 계도를 할 것이지, 무턱대고 들어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냐? 네가 그러고도 영물이라 불릴 수 있겠느냐? 너는 욕심에 눈이 멀어 한낱 축생이 되어버렸구나!”

그 순간, 은혜는 싸늘한 눈으로 노파를 돌아보았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사방에 한기가 서리고,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노기를 꾹 눌러 참으며 노파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한없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를 두 번 다시 축생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저는 이제 이 집안의 은혜입니다.”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네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느냐?”

“저를 품어주는 인간이 있는 한, 저는 끝까지 인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저의 역할을 다하며 생이 다할 때까지 살아갈 것입니다. 헌데 당신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갓 태어난 아이와 가정을 축복해주는 것이 당신의 역할 아닙니까? 그런 자애로운 신이 한낱 어린아이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으니, 그 모습이 가련하기 짝이 없습니다.”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설령 따진다 한들, 일방적으로 비난받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노쇠한 몸으로 아이를 바란 것이 죄가 되지는 않았고, 인간의 법도를 지키려는 영물의 의지를 함부로 꺾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 모두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삼신은 뒤늦게 그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짓고는, 여전히 노기가 담겨있지만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내뱉었다.

“…내 당분간 이 일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겠다. 허나, 혹여라도 이 집 사람들을 건드렸다가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니라. 그것만큼은 똑똑히 기억해두거라.”

삼신은 몸을 돌려 천천히 발을 디뎠다. 그리고 아차 하는 사이, 그녀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은혜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여우 같은 두 눈이 큼지막해 가만히 눈을 뜨고만 있어도 그렁그렁했고, 콧대가 또렷하고 입술이 얇았다. 그녀는 어느 모로 보나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었다.
그러나 은혜를 바라보는 부부의 심정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무엇 하나 부부와 닮은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부부는 애써 그런 의심을 속으로 삭였다. 어찌 됐든 자신들에게서 나온 아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리따운 딸에게 보내는 그 굳건한 믿음과 애정은 그들에게 남아있던 일말의 의심조차 밀어내버렸다. 부부는 그 어떤 혈육보다도 은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부부뿐만 아니라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골목대장 노릇을 자처하던 둘째와 유약한 셋째도 은혜를 아꼈지만, 그 누구보다도 유독 은혜를 아껴주었던 이는 장성한 첫째였다. 그의 누이 사랑은 유별나리만치 각별했다. 글공부를 하다가도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은혜의 방을 찾았고, 천자문을 펼쳐 이것저것을 가르쳐주곤 했다.
은혜는 그럴 때마다 입을 가리고 남몰래 웃었다. 그녀의 학식은 이미 첫째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학자들마저 한참 앞지른 지 오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은혜에 대한 첫째의 사랑은 형제자매의 것이라기보다는 부녀간의 정과도 같았다. 그는 마치 자식을 대하듯 은혜를 아꼈고, 은혜 역시 첫째를 곧잘 따랐다. 장장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매는 언성 한 번 높이지 않고 살갑게 지냈다.

어느 가을이었다. 단풍이 울긋불긋 곱게도 들었다. 날아갈 듯 날렵하게 솟은 추녀와 단청 아래로 빨간 단풍잎이 흩날렸고, 앞마당 감나무에는 가지가 휘어지도록 감이 달렸다. 참으로 먹스럽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은혜는 홀린 듯 마당으로 나와 감나무 앞에 섰다. 제일 낮은 가지 아래에 선 채 연신 손을 뻗어보았지만, 어린 은혜가 잡기에는 턱도 없이 높았다.
방에서 책장을 넘기던 첫째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보았다. 그는 곧장 책을 내려놓고 살며시 웃으며 마당으로 나왔다. 일부러 발소리까지 죽여가며 나왔건만, 은혜는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첫째를 돌아보았다.

“은성 오라버니, 오셨어요?”

“올해는 감이 많이도 열렸구나. 작년에는 한두 알이나 열렸는데 말이다.”

“네, 오라버니. 해거리 때문이에요,”

“먹고 싶니? 오라버니가 따주련?”

은혜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감을 먹고 싶은 것이 아니에요. 언제쯤 제 손이 닿을 수 있을지 시험해보았을 뿐입니다.”

은혜가 곶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은성이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는 대답 대신 싱긋 웃으며 은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대로 어깨에 무등을 태워주고는, 재차 말했다.

“자, 먹음직스러운 걸로 하나 골라보거라.”

은혜는 곤란스러운 얼굴로 가지에 달린 감을 들여다보았다. 시기로 보나, 빛깔로 보나, 아직은 먹을 만한 때가 아니었다. 그러나 벙긋벙긋 웃는 오라버니를 보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은혜는 어쩔 수 없이 가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작은 감 하나를 따서 소매 저고리로 깨끗하게 닦은 뒤, 그대로 입에 가져다 댔다. 한입 베어물자마자 제대로 익지 않아 씁쓸하고 떫은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그러나 은혜는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맛있어요, 오라버니.”

“그래? 덜 익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구나.”

“다음에 제가 조금 더 자라면요, 직접 감을 따드릴게요.”

은성은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파란 가을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드높았다. 두 남매도 마찬가지였다. 맑게 갠 하늘처럼, 그들은 근심 하나 없이 마냥 행복했다.

열두 살이 되던 해, 은혜는 첫 달거리를 했다. 앳되던 몸은 어느덧 호리호리하게 변했고, 얼굴은 젖살이 빠져 마치 달걀 같았다. 비록 아직 키는 작았지만, 벌써부터 아리따운 여인의 티가 물씬 풍겼다. 그 미모가 어찌나 빼어난지, 부부의 집을 들르는 사람 중 은혜의 자태를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은혜는 날이 갈수록 점차 야위어만갔다. 늘 기운이 없었고, 식사도 좀처럼 입에 대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희던 얼굴이 더욱 파리하게 변해 방에만 틀어 박혀있는 일이 잦아졌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끼니를 허술하게 챙겨준 것도 아니고, 물긷기나 설거지 따위의 고된 일은 일절 시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은혜는 시름시름 앓으며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부부는 애가 탔다. 용하다는 의원을 불러 맥을 짚어보게도 하고, 침을 놓아보게도 했지만 끝끝내 차도가 없었다. 물론 첫째 은성과 둘째 은수 역시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귀하다는 약초를 구해 먹여보기도 했고, 탕약을 손수 끓이기도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보다 못한 셋째 은우도 집을 나섰다. 그는 유약하리만치 미신에 약했다. 번듯한 유교 집안에서 유일하게 무당집을 들락거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잘 알던 동네 무당을 찾아가 하소연하듯 자초지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무당은 노부부의 족보와 사주가 적힌 책을 쓱 훑어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 수 없는 말을 흘렸다.

“참 묘합디다.”

“무슨 뜻입니까?”

“그 집안에 딸이 나올 수가 없는데, 어떻게 딸이 나왔나 모르겠습니다. 그 은혜라는 아이는 대체 어떤 아이입니까? 외모는 어떻고, 어떻게 나왔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