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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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면, 서늘한 바람이 풍요와 휴식을 약속하는 무르익은 9월의 어느 밤에, 마을 사람들은 문과 창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집 안에서 숨을 죽였다. 그 밤에 자정이 지나면 하얀 물거품이 창문을 적셨고 문틈 사이로는 싸늘하고 축축한 습기의 냄새를 풍기며 얼음 바늘로 찌르듯이 차가운 물방울이 스며들어왔다. 어른들은 창밖을 내다보려는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억지로 돌려세웠다. 해마다 9월이 되면 마을은 그렇게 하룻밤 모든 집을 닫고 눈과 귀를 막고 등을 돌렸다. 언제부터 그렇게 해 왔는지, 어째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9월의 그 밤에 대대로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고 가장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라도 창 밖에서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은 하얀 물거품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거품과 함께 덮쳐오는 흐느끼는 듯한 노랫소리, 그리고 맑고 선명하게 하늘을 채우는 탄식하는 듯한 음악소리는 마을을 뒤덮은 채 밤이 지나고 동이 터올 무렵까지 내내 울려 퍼졌다. 그 노래는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어 슬픔과 아픔을 앙금처럼 남겨주었다. 그래서 그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그 알 수 없는 노래의 곡조는 잊을지언정 그 노래가 남긴 묵직하고 차가운 슬픔만은 평생 잊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