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 장르: 호러, 추리/스릴러 | 태그: #홍수 #만남 #물귀신
  • 평점×138 | 분량: 43매
  • 소개: 태풍이 휘몰아치고, 둑이 무너졌다. 나는 옥상으로 간신히 피했지만 낯선 이와 밤을 보내는데. 더보기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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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마을을 강타했다.

가만히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온 사위에서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동네를 둘러 싼 탄천이 불어났고 위태롭게 놓여 진 다리를 야금야금 삼켜 버렸다. 마을 청년들이 남아 있는 노인들을 챙기느라 분주히 오갔다. 모두 다리가 마저 잠기기 전에 마을을 빠져나가야 했다.

후드득 내리는 비를 뚫고 이장 집 아들 기훈이 내 집으로 왔을 땐 난 방에서 가방에 닥치는 대로 고급 원서들과 노트북을 봉지에 꽁꽁 싸매며 우왕좌왕했다.

“야, 뭐하냐? 안 나오고! 밑에 물 찼다니까. 어서 나와. 뚝 무너지면 끝장이여.”

파란색 우비를 뒤집어 쓴 그가 내 한쪽 손에서 큰 가방을 낚아챘다. 그때 쯤 다시 난 장롱 밑에서 악착같이 통장과 도장을 꺼내고 있었다.

“기훈아, 우리 아버지는?”

“동네 어르신들 거의 다 옆 마을 분교로 피신하셨으니까 어서 나와. 다리 끊어져!”

“이게 뭔 일이래?”

헐레벌떡 일어나 앞서 나가는 기훈의 뒤를 쫓았다. 금세 옆집으로 간 기훈이 소리를 질렀다. 외양간 앞에서 왜소한 할아버지가 소와 실랑이를 벌였다. 할아버지는 연방 꽃순이의 목줄을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이고, 할아버지. 그 놈 놓고 가야 한다니까.”

“안 된다. 이놈아! 얘가 내 전 재산이여.”

외양간에서 겨우 나오긴 했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에 놀란 꽃순이는 초록색 대문 밖으로 안 나오려고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저만치 큰 보따리를 들고 내려가는 할머니를 부축하던 청년 회장 윤 석주가 껑충껑충 뛰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그들 옆으로 왔다.

그는 할아버지의 손에서 목줄 대신 우악스럽게 꽃순이의 코에 걸린 고리를 잡아 당겼다. 꽃순이가 신음소리와 함께 한발 한발 움직였다.

“기훈이 너는 할아버지랑 할머니 모시고 먼저 내려가.”

꽃순이의 코에서 뚝뚝 떨어지던 피가 순식간에 빗물에 쓸려 내려갔다. 집에서 뭘 더 가져와야 하는가 싶어 자꾸 뒤를 돌아보는 나를 석주오빠가 쏘아 보았다.

“뭐 하냐? 안 내려가고!!”

오빠의 호통에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헤집고 대문을 나가려고 하다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

섬뜩한 기운이 대문 밖에서 느껴져 왔다. 나는 꽃순이를 끌고 내려가는 석주오빠를 급히 불렀다.

“오빠야!!!”

석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빗물이 그의 시야를 방해했기에 그는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뭐?”

나는 절대 대문 밖으로 발을 내놓지 않고 상체만 내밀고 소리쳤다.

“꽃순이 두고 어서 이리와!”

비는 점차 세차게 내렸다. 석주가 급한 와중에 뜬금없이 그 말이 뭐냐며 한 소리를 하려고 몸을 돌릴 때, 까앙!!! 귀청이 찢어질 것만 같은, 천지가 갈라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휘잉 하며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물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꺄아악!!!”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