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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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2일.

 

 

 

“…… 그래서 그 동아리에서 나왔는데 아직도 날 씹더라. 진짜 사람들 나빴어. 아니 내가 남자친구 없는데 지들이 뭐 보태줬어? 지들이 나 좋다고 따라다니다가 지쳐서 도망가 놓고는 왜 뒤에서 욕을 하는지. 내가 진짜, 아 몰라 몰라 나 그냥 혼자 살래. 야 그냥 이렇게 술이나 먹고 놀러 다니자.”

 

인희와 나는 오랜만에 만나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따끈한 국물에 술기운이 섞여 들어왔다. 왁자한 가게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무슨 재미있는 일들이 그리도 많은지 다들 들떠 있었다.

 

오로지 나만 잔뜩 긴장해 있었다. 어쩐지 부끄러워 들키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더 크게 웃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표정도 더 크게 지었다. 인희는 하고 싶던 말을 다 쏟아 놓는지 신나게 떠들었다. 교수 이야기, 동아리 이야기, 친한 선배 이야기, 바보 같은 후배 이야기.

 

“…… 그러니까 걔가 딱 가서 뜬금없이 양쪽 어깨를 확 잡는 거야. 어디서 배웠는지 목소리 쫙 깔고는 ‘선배, 나랑 사귀자. 나 선배밖에 안보여.’ 뭐 이러는데 내 친구가 선후배 개념을 진짜 엄청 따지거든. 그 자리에서 정강이를 걷어 차더라고. 어디서 미쳐가지고 선배한테 반말이냐고, 킥킥킥. 주변에서 다 웃고 난리가 났었어. 어쨌든 둘이 사귀는데 남자애가 맨날 졸졸 따라다니면서 선배님이라고 불러. 보고 있으면 진짜 엄청 웃기다니까. 이건 무슨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상전 모시듯이 해.”

 

나는 인희가 웃는 얼굴이 좋았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찡그리는 것이 좋았다. 조그마한 입이 옆으로 길게 뻗치는 모양이 좋았다. 입꼬리가 둥글게 말려 만드는 미소가 좋았다. 나는 귀로는 인희 목소리를 새기고 눈으로는 인희 눈을 새겼다.

 

가을의 끝자락. 바람이 서늘했다. 술자리를 정리하고 밖에 나와 걸었다. 인희 집으로 가는 길은 인희 학교를 가로 질러 가야 했다. 나는 언제나 인희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인희는 춥다면서 내 팔을 안고 걸었다. 바람에 낙엽이 흩날린다. 바닥을 굴러가던 낙엽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