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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진희는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인섭이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 아저씨, 아저씨 안에 계신거죠…?

 

인섭은 입을 꾹 닫았다. 벨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지만, 어떠한 응답도 하고 싶지 않았다.

 

– 아저씨 한번만 대답해주세요…

 

화면 속의 진희는 깍지 낀 손의 엄지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검은 봉지 하나를 걸고 인섭을 기다리는 듯 했다. 인터폰에 응답이 없자, 그녀는 봉지를 인섭의 문고리에 걸듯 몸을 살짝 숙였다.

 

– 엄마가 아저씨 갖다 드리래요. 빵을 조금 하셨다… 해서요…

 

진희는 우물쭈물 거리며 문 앞에 서있다 등을 돌렸다.

 

– 꼭… 꼭 드세요…

 

그녀는 계단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인터폰을 두세번이나 돌아봤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서있던 그녀는 계단을 올라가버렸다.

 

화면이 뚝 꺼지고, 방 속에는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인섭의 입에서 웃음이 다시 터져나왔다.

 

흐흣 거리는 소리를 낸 그는 점점 미끄러져 내려가던 몸을 다시 지탱하며 몸을 기댔다. 그의 귀 속에 전해지던 심장박동 소리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인섭은 또다시 눈을 감았다. 세상의 소리는 심장 소리가 작아지며 먹먹해져 갔다.

 

[띵동. 띵동.]

 

어두웠던 방안이 또다시 밝아지고, 인섭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인터폰 화면에는 진희가 서서 카메라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아저씨… 아저씨 진짜, 제가 진짜 너무 걱정되서 그래요… 제발 답이라도 해주세요 제발…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잔뜩 뭉개져 있었다. 울음을 참고 있는지, 그녀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 며칠전에 들어오실 때부터 한번도 못봤어요… 답… 답 한번만 해주시면 안돼요? 딱… 딱 한번만…

 

인섭은 늦게나마 자신의 응답을 받았던 진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도 머뭇거리며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몸 곳곳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참으며 인섭은 몸을 일으켰다. 발을 질질 끌고 화면 앞에 선 인섭은 마이크 버튼 위에 손을 얹고 망설였다.

 

팔에는 이미 감염자의 피가 들어간 상태였다. 언제 눈을 감을지도 몰랐다.

 

– 죄송해요.

 

그녀의 한마디에 인섭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 죄송해요…

 

인섭은 주먹을 꾹 쥐고는 갈등했다.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의 공간을 깨고 싶지 않았다. 눈 앞에 다가온 마지막과 마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 밖에 서있는 소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애타게 부르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있는 그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 아저씨 나쁜 사람이 아닌데… 죄송해요.

 

그녀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듯, 숨을 짧게 짧게 들이마쉬고 있었다.

 

손을 들어 눈가를 문지른 그녀는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 한번도 아저씨 그러는거 본 적 없어서, 놀라서 그랬어요. 아저씨 상처 주려던거 아니에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인섭은 팔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주사를 놓은 자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그는 이를 악물고 팔꿈치를 퍽퍽 내리쳤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 내렸다.

 

– 한마디라도 괜찮으니까… 답만 해주세요…

 

인섭은 주먹을 꽉 쥐고는 땅을 짚었다. 숨을 몰아쉬던 인섭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인터폰 수신기쪽에 섰다. 문 쪽에서 노크를 하는 똑똑 소리가 들려왔다.

 

스피커는 여전히 바깥의 소리를 전했다. 그녀의 모습이 카메라 한쪽에 걸쳐 있었고, 그녀의 어깨가 움찔댈 때마다,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인섭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쉬고는 인터폰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나 여기… 있어… 쿨럭! 쿨럭…”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여기 저기서 통증이 올라왔다. 가슴을 강하게 누르고 있는 느낌에 기침이 터져나왔다.

 

– 아저씨… 아프셨던 거에요…?

 

“아니, 아니야. 아니야…”

 

인섭은 목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침을 참으려 입을 틀어막았다. 막힌 틈새에서 컥컥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 아저씨… 괜찮으신거죠…?

 

“괜찮아. 나 괜찮아…”

 

– 아저씨 막 기침을…

 

“괜찮다고!”

 

인섭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피커에서 터져나오는 소리에 놀란 화면 속 진희는 움찔거렸다.

 

“괜찮으니까… 그냥 가…”

 

그녀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계단쪽을 한번 확인하고는 뒷걸음질 쳤다.

 

“제발 가… 제발…”

 

– 아저씨 정말 왜그러세요…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는 자리에 우뚝 섰다. 가슴팍에 손을 모은 그녀는 초인종의 카메라와 현관 문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 저… 저 뭐 잘못한거죠?

 

“아니, 아니야. 아니야… 진희야, 아니야…”

 

– 그런데 왜그러시는거에요…?

 

“그냥 내 말 듣고 제발 가. 제발. 제발…”

 

그녀는 문쪽으로 한걸음을 옮겼다. 인섭은 그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

 

– 이거 직접 전해드리고 싶어요, 직접…

 

진희는 문에 걸려있던 봉지를 뽑으려 손잡이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인섭은 화들짝 놀라 문 옆 벽을 쾅 내리찍었다.

 

“오지마! 오지마… 진희야 오지마…”

 

– 아저씨…?

 

“문에… 문에 손 대지마…”

 

인섭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 했다. 심장박동은 느려지고 있었지만, 가슴언저리에서 불타는 듯한 느낌이 점점 심해졌다.

 

– 직접 전해드리면 안돼요?

 

진희는 뻗었던 손을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화면 속으로 보이는 그녀의 입술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인섭은 멈추었던 몸을 다시 움직이는 진희를 보며 화들짝 놀라 또다시 소리쳤다.

 

“안돼! 그냥… 그래, 그냥 거기. 거기 걸어두고 가. 그냥.

 

– 왜요…?

 

진희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고 있었다.

 

“제발 그냥 걸어두고 가, 제발. 너까지 다쳐. 너까지.”

 

– 왜 제가 다쳐요… 아저씨. 왜 제가 다치냐구요…

 

인섭은 그녀의 말을 듣고 머리를 퍽퍽 쥐어박았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팔을 뒤덮었던 통증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지만, 통증이 없어지기 시작하자 주사자국에서 검은 반점이 뻗어나왔다.

 

“너 다쳐. 내 옆에 있으면 너 다쳐… 나는… 난… 나는…”

 

– 더러운 사람이니까요…?

 

인섭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스피커에서 들려온 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진희의 입에서 나온 다섯글자는 인섭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

 

며칠 전 인섭이 내뱉었던 말이 또다시 그의 귀를 멤돌았다.

 

‘너도 똑같아.’ 라는 말은 틀리지 않은 듯 했다. 인섭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물을 꾹 누르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진희를 돌려보내려 마음먹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그러진 얼굴을 다시 인터폰 화면으로 돌린 인섭은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에 놀라 손을 떨기 시작했다.

 

진희가 울고 있었다. 훌쩍거리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는 들썩였고, 얼굴을 찡그린 채로 눈물을 툭툭 흘려댔다.

 

– 아니란 말이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진희는 울먹이고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눈가를 스윽 문질렀다.

 

– 아저씨가 왜 더러운 사람이에요. 아니란 말이에요…

 

화면속으로 울먹이는 진희의 모습을 본 인섭은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진희는 흘러나오던 눈물을 닦고는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인섭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벽에 머리를 박고 입을 막은 그는 소리없는 울분을 토해냈다.

 

– 그날 아저씨가 저한테 막 그랬죠…? 막 더러운 사람이라고… 막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