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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는 경찰차 조명은 주차장을 빨갛고 파랗게 물들였다.

 

주민들은 몰려든 경찰들과 사람들에 놀라 창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지만, 죽어있는 사람의 모습과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에 혀를 차고는 다시 안쪽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바닥을 따라 길게 이어진 핏줄기의 길위에 약품을 뿌려대던 사람들은 한 지점에 멍하니 멈춰섰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여럿이었고,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과 대응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 바톤터치를 하듯 번갈아 아파트 현관을 들락날락거렸다.

 

수첩을 덮고 안주머니에 집어넣은 태용은 모여있는 세 사람에게 조심스레 걸어갔다.

 

한 남성은 피를 뒤집어 쓴 채로 멍하니 봉고 트렁크에 앉아 있었고, 대응팀 제복을 입은 남성은 차에 머리를 박고는 기대어 서있었다.

 

옆의 나이든 남성은 주먹으로 바닥만 툭툭 내리쳤다. 그는 나지막히 같은 말만 중얼거렸다.

 

세 사람에게 다가선 태용은 조심스레 목을 가다듬었다.

 

“인섭씨…”

 

재킷 너머로 옷을 툭툭 건드려 수첩이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였다.

 

윗옷부분이 검은색 피로 절어있던 인섭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아랫 턱을 눈에 보일 정도로 덜덜 떨어댔다.

 

태용은 한숨을 푹 쉬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친데… 있으십니까…”

 

인섭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태용의 얼굴을 바라봤다. 힘없이 고개를 저은 인섭은 다시 트렁크에 머리를 기댔다.

 

떨어질 눈물마저 말라버린 인섭은 눈을 살짝 감았다.

 

“조금 있다 하시죠…”

 

황 계장은 중얼거리던 말을 멈추고는 태용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는 아무런 응답도 받고 싶지 않은 지 태용을 째려보기만 했다.

 

태용은 재킷을 벗고는 옆 차 보닛에 걸쳐뒀다. 한숨을 푹 내쉰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끄집어 냈다. 인섭에게 담배를 건네려 손을 내미는 순간, 얼마전에 그들을 만나 진철에게 담배를 권했던 게 그의 머리속을 스쳤다.

 

그는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는 다시 주머니에 담배갑을 집어넣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그는 연기를 빨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필터를 물고만 있었다.

 

붉은 빛을 내며 천천히 타들어간 담배는 하얀 재만 만들어 냈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담뱃재는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태용은 담배를 필 마음이 사라졌다. 입에서 필터를 빼내고 담뱃재를 턴 그는 뒤쪽으로 꽁초를 튕겼다.

 

“현장에서…”

 

그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증거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에는 검은 액체의 흔적이 남은 주사기가 하나 있었다.

 

“이런게 발견됐습니다.”

 

황 계장은 부신 눈을 꿈뻑대고는 태용의 손 끝을 확인했다. 주사기가 들려있는 것을 본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랑 비슷한걸… 용아동 감염자도 샀었더라구요. 조사해보니…”

 

인섭은 태용의 말을 듣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노파가 혀를 끌끌 차며 계단을 올라가던 때가 생각났다.

 

“보건소에 갔던거도…”

 

“진철씨가 보건소를 갔었던가요?”

 

황 계장이 읊조리는 소리를 들은 태용은 입술이 말라갔다. 침을 대충 바른 그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렇다면… 거기서… 채취한거겠네요…”

 

태용은 씁쓸함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오른손은 자꾸 움찔대며 주머니에 있는 담배갑으로 가려 했다.

 

황 계장은 멍하니 인섭을 바라봤다. 항상 인섭의 옆쪽에는 또다른 한 사람이 앉아 담배를 피곤 했었다.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다 타버릴 때까지 가만히 두던 그 사람은, 이제 시체가방에 쌓여 관용차량 트렁크에 실려 있었다.

 

“사건 처리는… 어떡할까요…”

 

태용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황 계장은 인섭쪽을 바라보다 태용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러게요…”

 

그는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아파트 입구를 보고는 허탈하게 숨을 내뱉었다.

 

“있는 그대로… 처리 해주십쇼 그냥…”

 

자리를 털고 일어난 황 계장은 상만의 차 트렁크에 실린 시체 가방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다.

 

태용은 머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경찰들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의 어깨는 유독 축 쳐져있었고, 무거워보였다.

 

황 계장은 피에 젖은 옷을 입고 있는 인섭을 보고는, 인섭의 차 트렁크에 널부러진 티셔츠 하나를 집어서는 인섭에게 내밀었다.

 

“갈아 입어라… 빨리…”

 

인섭은 황 계장 손 끝의 티셔츠를 물끄러미 보고는 고개를 내려 밑을 확인했다. 그의 티셔츠는 끈끈하게 젖어 있었고, 피들이 말라붙어 점점 옷이 뻣뻣해졌다.

 

셔츠를 받아든 인섭은 말없이 옷을 벗고는 새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새 옷에서 나는 석유냄새의 아래, 희미한 썩은 피냄새가 같이 풍겨왔다.

 

“만식이 눈 감은게… 엊그젠데…”

 

황 계장이 푸념하듯 내뱉은 말에 상만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는 인섭 옆에 걸터앉았다.

 

“이젠 진철이까지…”

 

황 계장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전화기만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움찔거리기만 했다.

 

인섭은 붉어진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얼굴 근육 여기저기가 움찔거렸고, 눈을 힘겹게 감았다 뜨기만 했다.

 

황 계장은 전화기를 꺼내려다 손에 힘이 빠져 그대로 핸드폰을 놓쳐버렸다. 바닥에서 나뒹구는 핸드폰의 배경화면에는 수많은 부재중전화 표시가 떠 있었다.

 

그는 폰을 집어들고는 부재중 표시를 쭉 손가락으로 밀었다.

 

굳어버린 손으로 힘겹게 전화를 든 황 계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국장님…”

 

그는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또다시 전화기를 귀에서 떼어냈다.

 

후하후하 호흡을 내뱉으며 막혀오던 숨을 고른 그는 다시 전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고… 터졌습니다…”

 

진철의 시체가방이 실려있는 관용차량을 한번 바라본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살자… 또 생겼습니다…”

 

또다시 밀려오는 답답함이 그를 덮치자, 황 계장은 가슴을 퍽퍽 치며 눈물을 삼켰다. 숨을 여러번 몰아쉰 그는 고개를 살짝 위로 치켜들고 답했다.

 

“박진철… 주사가…”

 

그의 전화기에서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차에 멍하니 기대있던 인섭과 상만에게까지 어렴풋이 들릴 정도였다.

 

얼굴을 찡그린 황 계장은 전화기를 붙잡고는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전 국장이 앞에 있었다면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

 

“국장님, 이거 정말 안됩니다. 제 밑에 애들이 계속 죽어나가지 않습니까… 지원이 지금 당장…”

 

황 계장은 이를 살짝 악물었다.

 

“만약 이게 단순히 제 문제나 부서 자체의 문제였다면 저도 이렇게 말씀 안드릴겁니다. 지금 성진시 뿐만 아니라 다른데서도 자살문제 터지고 있잖습니까!”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던 그는 마이크부분을 손으로 잠깐 잡고는 숨을 후후 내뱉었다.

 

“많은걸 바라는게 아닙니다… 그저… 밑에 있는 애들 생각 조금만 해달라는겁니다. 업무 연계로 상담사를 붙여 주시든, 아니면 한두팀이라도 채용을 더 해주시는게 아니면 애들 정말 일에 파묻힙니다. 이러다가 또 죽으면…”

 

황 계장의 전화기 스피커에서 큰 지직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방이 큰 목소리를 냈는지 들려오는 소리는 찢어져 있었다.

 

그는 전화기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