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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전화가 올까 기다리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인섭은 또다시 얼굴을 찡그리고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또다시 진통제를 털어넣은 인섭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는 몸을 뒤로 누였다.

 

사무실에 들른 6팀의 찬종이 커피를 마시며 들어왔다.

 

“어이구, 인섭이 오랜만이네.”

 

“아… 찬종이 형…”

 

“잠 못잤냐?”

 

찬종은 자신의 자리에서 PVC 파일을 하나 꺼내들었다. 두툼하게 차있는 파일철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낸 그는 복사기로 종이를 가져갔다.

 

“니 다크서클이 바닥을 찍겠다 야.”

 

“아…”

 

인섭은 찬종의 말을 듣고 꺼진 컴퓨터 화면을 확인했다. 그는 잠을 설쳐 퀭한 얼굴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텅빈 진철의 자리에는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진철의 짐은 그대로 책상위를 지키고 있었다.

 

“뭐야. 아직 출근 안했어?”

 

황 계장이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진철의 자리를 확인하며 말했다.

 

“네. 아직… 안한거 같습니다.”

 

“맨날 이시간쯤이면 오던 놈이 왜…”

 

황 계장은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인섭은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황 계장님…?”

 

그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황 계장을 불렀다. 남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린 곳에는 유진이 서있었다.

 

“혹시 동부 보건소쪽에 요청 보내신거 있으신가요?”

 

“아니, 없는데?”

 

유진이 난처한 표정으로 전화를 다시 귀에 댔다.

 

“없다고 하시는데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황 계장을 다시 바라봤다.

 

“어제 긴급대응팀 한분이 오셔서 현장 실사 한다고 하셨다는데요?”

 

“뭔 소리야, 내가 보낸 적이 없는데.”

 

황 계장은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왜… 서부 보건소에서 격리실 터진거때문에 조사할게 있다고 왔대요.”

 

유진은 의아하다는 듯 대답했다. 황 계장은 찬종과 인섭을 번갈아 바라봤다.

 

찬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 아닙니다. 저 어제 월곡동쪽으로 잠시 나가 있었습니다.”

 

“너는?”

 

인섭도 고개를 저었다.

 

“어제 아시지 않습니까. 저 상만이형이랑 같이 출동했었습니다.”

 

“그러면…”

 

황 계장은 진철의 자리쪽을 바라봤다. 텅빈 진철의 의자는 힘없이 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빈 자리를 가리켰다.

 

“얘 어디있어.”

 

인섭은 울리지 않는 전화만 계속 들여다봤다. 어떤 알람도 들어오지 않았다.

 

“야 윤인섭, 어제 바로 퇴근시킨거 아니야?”

 

“바로 퇴근 시키긴 시켰습니다. 그런데…”

 

“근데 뭐?”

 

다시 핸드폰을 확인한 인섭은 초조하게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

 

“어제 밤에 전화가 왔었습니다. 목소리가… 잔뜩 지쳐있었어요.”

 

“지쳐있어?”

 

“네, 그래서 그… 집까지 찾아갔었죠.”

 

황 계장은 파티션에 몸을 훌쩍 넘겨서는 인섭을 바라봤다. 거의 몸을 기대다 시피 한 황 계장은 절실한 듯 인섭의 입가만 확인하고 있었다.

 

“얼굴 봤어?”

 

“못… 봤습니다.”

 

황 계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그걸 보고 왔어야 할거 아냐!”

 

그는 목소리를 높이곤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전화 목록을 뒤지던 그는 초조하게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다고만 했습니다. 내일 사무실에서 보자고… 괜찮으니까 돌아가라고도 했었구요…”

 

인섭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야기했다. 그 조차도 폰을 쥔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문을 열어봤어야 할거 아니냐… 이 등신아… 하… 진짜 미치겠네…”

 

황 계장은 키패드를 마구 누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음이 스피커를 찢고 나오고 있었다.

 

“야, 윤인섭.”

 

“네, 계장님.”

 

“너 지금 빨리 차끌고 박진철 집으로 가봐. 당장.”

 

인섭은 그의 말을 듣고 전화를 확인했다. 잠금까지 풀고 홈 화면을 확인했지만, 부재중 전화 하나 떠있는 것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옷을 챙겨입은 인섭은 황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가 차로 달려갔다. 진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신호음만 들릴 뿐 이었다.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후…

 

“씨발… 진짜…”

 

옆좌석으로 폰을 던진 인섭은 액셀을 밟아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한손으로 폰을 다시 잡은 인섭은 또다시 진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으로 돌린 인섭은 통화 연결음을 들으며 핸들을 돌렸다. 초조하게 센터박스를 쿵쿵 두드리던 그는 또다시 들려오는 자동응답기 소리에 얼굴을 찡그렸다.

 

사람이 없는 도로를 달려 상미동으로 향한 인섭은 천천히 진철의 집 앞으로 차를 몰았다.

 

진철의 집 앞으로 갈수록 인적이 적어지고 있었다.

 

거리를 걸어다니던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어, 진철의 집 앞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파트 담벼락에는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나뭇잎과 종이 쪼가리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관리실조차 텅 비어 있었다. 인섭은 고요함 속에서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는 불안감을 애써 지우려 주먹을 마구 쥐었다 폈다.

 

진철의 집앞으로 달려간 인섭은 벨 앞에서 몸을 멈췄다.

 

집 앞에 놓인 고지서 봉투들과 쓰레기들은 그대로였다. 문 앞으로 나왔던 사람이 일절 없는지, 문 근처에는 소복히 먼지만 쌓여 있었다.

 

인섭은 떨리는 손으로 벨을 눌렀다. 철문 너머에서 인터폰 안내음이 들렸다.

 

입을 꾹 닫고 안쪽의 소리를 들어본 인섭은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것에 불안감이 올라왔다.

 

그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는 진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음은 멀쩡히 들려오고 있었다.

 

철문에 귀를 댄 인섭은 문 안쪽에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 기나긴 바람의 흔적과, 더 기나긴 날개의 노래는…]

 

이펙터를 가득 먹인 기타 소리가 철문을 통해 전해졌다.

 

벨소리가 울리다 끊기고, 인섭의 전화에서는 또다시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입으로 나지막히 욕을 내뱉은 인섭은 주먹을 쥐고 철문을 쿵쿵 두드렸다.

 

“야, 박진철. 박진철! 안에 있냐?”

 

인섭은 문 옆에 난 창문을 살짝 확인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은 어두컴컴했다.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인섭은 괜찮다는 말을 연거푸 해댔던 전날 밤의 진철의 목소리가 생각나 문을 더욱 강하게 내리쳤다.

 

“얌마! 박진철! 전화를 왜 안받아 임마! 황 계장님 지금 제대로 빡돌았어!”

 

인섭은 불안감과 울화가 몰려와 문고리를 콱 붙잡았다. 녹슨 소리가 가득 들려오는 문고리는 힘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걸쇠가 잠겨있는 지,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 박진철! 전화라도… 아니 그냥 목소리라도 좀 내라 제발…”

 

인섭은 문고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인섭의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인섭은 누군지 확인을 할 마음의 여유도 없는지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바로 폰을 귀로 가져다 댔다.

 

“윤인섭입니다.”

 

– 어떻게 됐어?

 

황 계장이었다. 그는 차를 타고 오고 있는지, 그의 목소리의 배경음으로 차 엔진 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응답이 없습니다. 벨을 눌러도… 전화를 해도 문을 안엽니다…”

 

– 내 전화도 안받는다 지금. 보건소 씨씨 좀 보내달라고 해서 보니까… 박진철 그새끼야.

 

“예?”

 

– 격리실 안에서 서성거리다가… 코마 빠진 감염자 앞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떠났어.

 

인섭은 팔에서 다닥다닥 소름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주먹을 쥐고 문을 다시 두드린 인섭은 이빨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지금… 어떡해야합니까…?”

 

– 이거 지금 상황 이상하다. 윤인섭, 책임은 내가 질테니까 문 따.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인섭은 안주머니에서 락픽을 꺼내 들었다. 기름칠이 제대로 되지 않아 뻑뻑하게 들어가는 꼬질대를 잡은 인섭은 조심스레 잠금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 끝이 자꾸 떨려오고 있었다. 아닐거라는 말 하나만 그의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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